[e-Valley 리포트]살아있는 벤처생태계 실리콘밸리

  • 입력 2000년 11월 26일 18시 15분


1848년 북부 캘리포니아 서틀밀에서 일하던 목수 존 마셜은 어느 날 금맥을 발견했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구름처럼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른바 골드러시가 시작된 것. 이 후 1853년까지 약 25만명에 달하는 사람이 금을 찾아 캘리포니아로 몰려 들었다. 그러나 노천광산의 금이 점차 고갈되면서 이들은 허탈과 좌절감에 젖어 뿔뿔이 흩어졌다.

그로부터 110년이 지난 어느날.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있는 쇼클리 반도체실험실에서 8명의 엔지니어가 실험실 문을 박차고 나왔다. ‘8인의 반항아’로 불리는 그들은 평균나이 30세의 젊은이들. 그중에는 로버트 노이스, 골돈 무어, 유진 클라이너가 들어있다.

이들은 곧 패어차일드 반도체회사를 설립해 실리콘 반도체를 생산했다. 실리콘밸리의 디지털러시를 알리는 사건이었다. 노이스와 무어는 그뒤 인텔사를 설립했고 클라이너는 유력한 벤처캐피털 회사를 세웠다. 실리콘밸리가 생태계의 모습을 갖춘 것은 이때부터이다.

비영리법인인 조인트벤처 실리콘밸리 네트워크에 의하면 99년말 현재 실리콘밸리 생태계에는 전자, 소프트웨어부문에 7000여개의 회사가 ‘서식’하고 있다. 미국 500대 하이테크기업 중 60여개, 세계 100대 하이테크기업의 20%, 그리고 미국에서 급성장하는 상위 5대 기업중 3개가 이곳에 있다. 또 미국 600여개 벤처캐피털 중 절반이 이 생태계에 수분을 공급하고 있고, 그 양은 99년 61억달러에 달했다.

골드러시와 디지털러시는 떼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이 발단이 된 점에서는 비슷하다. 또 성공담이 확대 증폭되면서 수많은 사람을 일시에 끌어 모은 힘도 유사하다.

그러나 골드러시와 디지털러시는 그 성격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골드러시가 단순히 땅속의 금을 캐는 광업(채굴작업)이었다면 디지털러시는 다양한 기술을 교배하고 파종해 e비즈니스를 키워 수확하는 농업(재배)의 과정이다.

금을 캐낸 사람들은 그곳을 떠났지만 e비즈니스를 수확한 사람들은 그 결실을 다시 그 밭에 심고 있다. 실리콘밸리에는 아직도 1주일에 10개 이상의 신생기업이 탄생하고 있다.

골드러시의 광산도시들은 수년만에 유령도시로 변했다. 그러나 디지털러시의 경작지인 실리콘밸리는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성장과 번영을 계속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를 ‘살아 있는 벤처생태계’로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석권(한양대 경영학부 교수·스탠퍼드대 교환교수) changsg@stanford.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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