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 원인은?]저기압대에 엄청난 수증기 유입

  • 입력 2000년 8월 28일 18시 58분


23일 밤부터 6일간 전국에 걸쳐 계속된 집중호우의 원인은 무엇일까. 무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과 중국 대륙의 찬 공기 사이에 형성된 저기압대에 ‘꺼진’ 태풍이 보유한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유입됐기 때문이라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대만을 강타한 뒤 열대저압부(TD)로 약화된 채 중국 화난 지방에 상륙한 제 10호 태풍 ‘빌리스’가 온난 다습한 남서기류를 타고 들어와 우리나라 북서쪽 기압골의 한기(寒氣)와 만나면서 강한 비구름대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태평양을 지나면서 엄청난 수증기를 품은 빌리스는 당초 중국 대륙에 상륙하면서 태풍으로서의 일생을 마감했다. 태풍이 꺼질 경우 더 이상 이동은 불가능하게 되지만 대신 이 수증기를 주위로 발산하게 된다는 것.

이때 때마침 한반도에 저기압이 형성된데다 지구 자전의 효과 등으로 편서풍을 타고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한반도로 고스란히 직항한 것이다.

여기에다 일본 남쪽해상에 중심을 둔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축 확장 여부에 따라 비구름대가 우리나라 전역을 왔다 갔다 하면서 골고루 엄청난 양의 비를 뿌렸다.

하나의 기상 요인으로 비가 끊이지 않고 내린 연속 강우일수가 6일을 기록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며 전국적으로 골고루 수백㎜ 이상 내린 것도 상당히 보기 드문 경우라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기상청은 29일과 30일 비는 소강상태를 보이겠으나 31일부터 다시 집중호우의 영향권에 들겠다고 예보했다. 한반도가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드는 등 기압이 불안정한 가운데 제12호 태풍 ‘프라피룬’이 시속 22㎞의 속도로 중국 대륙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

프라피룬이 중국에 상륙하면 비구름대를 타고 다시 많은 양의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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