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아킬레스건 있다" 한국 물리학자 밝혀내

  • 입력 2000년 8월 16일 19시 36분


인터넷의 네트워크 구조는 우연히 몇몇 연결부분에 장애가 생겨도 전체 연결상태에 큰 지장이 없을 만큼 견고한 반면 계획적인 공격에는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이 새로운 사실을 밝힌 연구작업에 한국의 젊은 물리학자가 참여해 화제다.

주인공은 미국 인디애나주 노터데임대학 물리학과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정하웅 박사(33). 그가 최근 지도교수인 앨버트 라츨로 바라바시 교수와 함께 발표한 논문은 과학 최고의 권위지 ‘네이처’에 ‘인터넷의 아킬레스 건’이라는 제목의 표지기사로 실려 BBC CNN 등 세계 언론의 관심을 모았다. 이 논문은 인터넷을 수많은 컴퓨터와 이들을 연결하는 장치인 라우터(노드)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로 보고 구조를 분석한 것. 이 논문에 따르면 인터넷은 기존의 이론에서 가정해 온 것처럼 ‘균일한’ 네트워크가 아니라 ‘스케일프리’ 모델에 가까운 네트워크다.

비유를 들어 설명하면 각 도시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망은 균일한 네트워크에, 항공망은 스케일프리 네트워크에 해당된다. 도시에 연결되는 고속도로의 수는 대부분 2―4개 정도로 비슷하지만, 항공망의 경우는 몇몇 대도시에 엄청나게 집중돼 있다.여러 중소도시들을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이때 무작위로 도시를 선택해 그 공항에 문제가 생긴다고 가정하면 상대적으로 수는 많지만 연결중요도가 낮은 중소도시가 선택될 확률이 크기 때문에 전체 연결구조에는 큰 장애가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네트워크 구조를 잘 아는 테러리스트가 중요한 대도시공항 몇 곳만 동시에 공격해도 전체 연결망은 순식간에 마비되고 만다.

논문의 핵심은 인터넷도 이 ‘스케일프리’ 구조여서 무작위적인 오동작이나 고장에 강하지만 계획적 공격에는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 연구팀은 “인터넷의 구조를 잘 알고 있는 누군가가 중요한 노드 1%만 공격해도 전체 인터넷 기능의 절반이 마비되고 4%정도를 공격하면 인터넷은 연결이 완전히 끊긴 조각으로 파편화된다”고 내다봤다.

이런 네트워크 분석 방법은 다른 분야에도 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물질들의 반응을 스케일프리 네트워크로 표시할 수 있는데, 이때 계획적인 공격에 취약한 이 네트워크의 특성을 이용해 의약품개발 등에 이용할 수 있다.연결중요도가 높은 부위만을 공격하는 약품을 개발하면 치료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정 박사는 “이미 동료 연구원들과 함께 이 신진대사 네트워크의 성질을 연구한해 조만간 그 연구결과를 곧 ‘네이처’에 게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박사는 98년 서울대에서 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네트워크 분석을 통한 복잡계 연구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노터데임대 연구팀에 합류해 물리학뿐 아니라 생물정보학 등 다방면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

<신동민과학동아기자>hisd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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