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쇼]141년만의 最長월식…서울-수도권 먹구름

  • 입력 2000년 7월 16일 18시 43분


“아빠, 갑자기 검붉은 보름달이 떴어요.”

16일 오후 10시2분 대전 대덕단지 내 꿈돌이동산. 개기월식이 시작되면서 검붉은 보름달이 나타나며 여름 밤하늘의 잔치가 펼쳐지자 전국에서 모인 아마추어 천문동호회 회원들은 환성과 함께 박수를 치며 21세기 첫 우주쇼의 개막을 축하했다.

1859년 이후 141년 만에 일어난 107분간 최장의 개기월식, 21세기를 여는 첫 우주쇼는 하마터면 장마구름에 가려 전국 어디에서도 관측되지 못할 뻔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장마전선이 북상하고 밤 늦게 하늘이 개면서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꿈돌이동산에 모인 아마추어 천문학회 동호인들과 전국 곳곳에서 밤하늘을 관찰하던 천문 동호인들의 가슴을 벅차게 만들었다. 이들 동호인은 오후 6시경부터 모여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와 망원경 등으로 하늘을 관찰했으며 오후 8시57분경 달의 동쪽 가장자리가 가려지면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경북 영천시의 보현산천문대, 충북 단양군의 소백산천문대 등에선 천문동호회 회원들이 망원경과 망원렌즈를 갖고 와서 밤하늘의 변화를 촬영했다.

이들은 한때 천문대로 ‘월식을 볼 수 있느냐’며 전화했다가 ‘날씨 때문에 사진을 못 찍는다’는 안내를 받고 실망한 목소리로 전화를 끊기도 했다.

보현산천문대 김강민(金剛民·37)씨는 “오전까지만 해도 ‘천문대에 올라가 개기월식을 볼 수 없느냐’는 시민들의 문의전화가 줄을 이어 ‘날씨가 흐려 보기 힘들 것 같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중부 이하 지역에선 이처럼 개기월식 현상을 볼 수 있었지만 서울과 수도권에선 날씨 때문에 보지 못해 아쉬워했다. 서울 시민들은 이날 밤 개기월식을 보려고 남산과 한강둔치 등에 모였지만 변화무쌍한 하늘의 변화를 못 본 채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천문학자 조경철(趙慶哲·72)박사는 “33년 전 연세대 천문관에서 관측한 이후 처음 맞는 개기월식이어서 여의도동의 집에서 저녁 먹고 오후 7시경 집 부근의 사무실로 나가 사진을 찍을 예정이었지만 날이 흐려 월식을 볼 수 없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성주·이호갑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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