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월드]'뻥튀기 벤처'가 시장흐린다

  • 입력 2000년 6월 25일 18시 37분


‘이 기술은 본사에서 세계최초로 개발한 것으로서….’

‘빠른 시일 안에 나스닥에 상장할 계획입니다.’

작년 연말부터 벤처기업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일부 업체의 ‘허풍선이 비즈니스’가 문제가 되고 있다. 발표 때마다 세계최초 국내최초를 들먹이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경우가 속출하기 때문. 근거없는 자료로 투자자를 현혹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뻥튀기’ 사실이 드러난다 해도 “아니면 말고”라며 오리발을 내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유형에는 남의 아이디어를 베끼거나 살짝 바꾼 ‘미투(Me Too) 기업’이 많다. 남이 개발한 제품으로 장사를 하면서 자기들이 독자개발한 것처럼 선전하는 것. 실제로 최근 한 리눅스 업체는 ‘독자개발한 배포판’ 설치과정에서 다른 업체의 로고가 나와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갓 창업한 벤처기업이 턱없이 높은 공모가를 요구하는 것은 이미 ‘고전’에 속한다. 올초 창업한 인터넷업체 A사는 한 창업자문회사에 액면가의 20배인 주당 10만원씩에 투자자를 모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창업자문회사측이 “사업을 시작도 안해보고 어떻게 기업가치를 평가할 수 있느냐”며 조정을 요청하자 이 업체는 다른 창업자문회사로 옮겨갔다.

전문가 집단은 이렇게 브레이크라도 걸 수 있지만 일반투자자들은 업체가 선전하는 대로 믿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 일반투자자들은 특히 메가포털, 토털 커뮤니티, 디지털 미디어, 임베디드 리눅스 전문업체, B2B솔루션 등 전문용어에 휘둘려 내용파악도 못하고 도장을 찍는 경우가 다반사다.

벤처기업의 홍보를 담당하는 홍보회사 관계자들도 혀를 내두른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종잡기 힘든 ‘뜬구름 잡는 얘기’만 들고와서 그대로 언론에 보도되도록 해달라는 사람이 부지기수라는 것. 이런 요구를 거부하면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위협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현상의 원인이 근본적으로 “투자자 유치를 통해 손쉽게 돈을 끌어모으려는 풍토에 있다”고 말한다. 별다른 수익구조 없이 투자유치금만으로 버티다 최근 코스닥 폭락으로 손해를 본 기업이 ‘허풍’이라도 동원해 운영자금을 조달하려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투자유치를 통한 ‘한탕’만을 노리는 벤처기업인도 적지 않다.

한 중견업체의 사장은 “업체의 주장대로 기술이 뛰어나더라도 실제 사업성공 가능성은 10% 미만”이라며 “수익모델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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