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안티사이트', 결함 조목조목 지적…'트라제'등 혼쭐

  • 입력 2000년 5월 15일 19시 47분


국내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인 현대자동차는 한 네티즌이 개설한 인터넷 사이트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현대차가 만든 트라제XG의 결함을 조목조목 지적해놓은 안티트라제 홈페이지(www.antihyundai.pe.kr)가 바로 그곳.

지난해 12월 개설된 이 사이트는 5개월만에 18만명이 넘는 네티즌이 방문하고 게시판에 5000여건의 항의성 글이 올라오는 등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인터넷 소비자 운동의 대표적 케이스로 부각되면서 트라제 판매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현대측을 난감하게 하고 있다.

현대측은 1월부터 이 사이트에 실린 소비자 불만사항과 개선 요청사항을 모니터링하면서 자체 운행 테스트를 통해 차량 개선 방안을 모색해왔다. 지난달 6일에는 홈페이지 운영진을 만나 후륜서스펜션과 점화코일 등 지적된 문제점을 개선키로 약속하는 등 결국 ‘백기’를 들었다. 운영진은 현대측의 대응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영문사이트 개설과 가두 시위 등 본격적인 불매운동을 펼칠 계획.

인터넷이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압력단체로 부상하고 있다. 인터넷은 특히 자동차처럼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해 전통적으로 메이커가 소비자보다 압도적인 우위에 서왔던 제품에서 더욱 위력을 떨치고 있다. 시공을 초월한다는 특성 덕분에 한 명 고객의 불만이 순식간에 전체 네티즌으로 확산되고 또 전문 지식을 서로 공유하면서 ‘힘의 역전’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

지난해 8월 카니발의 주차브레이크 결함으로 사고를 당한 한 고객이 개설한 안티기아(antikia.systek.co.kr) 사이트도 사고 당시의 경험과 사진 등을 올려 기아차에 불만을 가진 네티즌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교통 문화 전반에 걸친 개선을 꾀하는 사이트도 등장했다. 지난달 개설된 오티즌 홈페이지(www.autizen.com)는 ‘새천년 자동차 캠페인’을 통해 자동차 구입 과정에서 겪었던 경험이나 운전중에 느꼈던 질서 문제 등 교통 문화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오티즌측은 올라온 글들을 3개월 단위로 종합해 소비자단체와 정부부처, 제조업체 등에 보낼 방침이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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