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경영시대'성큼…만나서 서명대신 화상조인식

  • 입력 2000년 3월 30일 19시 45분


인터넷은 만능인가. 최근 기업간 합작법인 설립과 전략적 제휴 등 기업의 중대사를 인터넷으로 처리하는 기업이 생겨나고 있다. 또 상당수 기업은 피부를 맞대는 ‘스킨쉽’으로 직원들의 유대를 키워왔던 단체연수까지 인터넷으로 대체하고 있다.

▼인터넷 접속자가 증인▼

인터넷이 어디까지 오프라인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인지 ‘인터넷 역할론’이 거론되고 있다.

제일제당 계열 시스템통합업체인 CJ드림소프트는 30일 영상솔루션 개발업체인 3R과 합작회사인 ‘3R드림즈’를 설립하면서 조인식을 인터넷으로 진행했다. 전략 제휴 또는 사업협력식을 인터넷으로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사는 이날 조인식을 화상채팅 형식으로 진행했다. 양사 대표가 인사말을 주고받은 뒤 협력을 선언했다. 그러나 협약서에 대한 서명절차는 생략했다.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증인’이 지켜본 만큼 서명이 불필요하다는 설명.

CJ드림소프트측은 사이버 조인식이 모든 인터넷 이용자가 볼 수 있고 호텔 등을 이용하는 것에 비해 경비가 절감되며 인터넷업체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그러나 “실무적 협상은 인터넷을 통해 가능하지만 기업간 최종 계약은 아무래도 대표들의 실제 만남을 통해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 함께 업무 능력을 재충전하는 것은 물론 따듯한 동료애를 나눌 수 있는 기회로 여겨졌던 단체연수를 인터넷으로 대체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인간미 없다"지적도▼

업계에 따르면 LG경영개발원 인화원은 ‘LG사이버 아카데미’를 설립, 임직원들이 세계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해 원하는 과목을 수강토록 하고 있다. 각자 필요한 시간에 접속, 연수를 받을 수 있어 교육효과도 높다는 것.

삼성SDS는 사내 기술자격증 이수를 위해 인트라넷으로 사이버연수를 실시중이고 서울이동통신은 사원들을 대상으로 고객만족 교육을 실시하는 ‘사이버 고객만족 대학’을 인터넷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SK그룹과 외환은행도 인터넷 직원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인터넷 연수원 개발업체인 영산정보통신에 따르면 관련 시장 규모가 작년 50억원에서 금년 200억원 이상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초고속통신망이 확산되면서 동영상 화상채팅 등을 통해 실제 상황 못지 않은 교육도 가능하다는 것.

업계에서는 그러나 “사내 연수는 직무교육 못지 않게 직원들의 인간적 유대를 강화하려는 목적도 있다”면서 “인터넷 연수는 부분적인 직무교육에 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수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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