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세종기지 대원들 本報독자들에 E메일 인사]

  • 입력 2000년 1월 7일 23시 01분


남극의 세종과학기지에도 새천년은 찾아왔다. 비록 한여름이긴 하지만 15명의 13차 세종기지 월동대원들은 영상과 영하 30도를 오가는 변화무쌍한 남극 기후와 싸움을 벌이고 있다.

88년 2월 준공된 남극 세종기지는 연구 노하우를 축적하면서 자연의 신비를 벗기고 있다. 금년에는 장주기형 지진계를 설치, 국제적 수준의 지진망을 갖출 계획이다. 또 1분마다 지자기를 측정해 통신기술 개발에 일조하고 있다. 고층대기의 오로라와 지자기폭풍을 감시하는 것도 주요 임무. 이를 통해 고주파통신이 방해를 받거나 인공위성 궤도가 돌변하는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지상 10∼50km의 성층권에 분포해 있는 오존층 분석도 주업무 중 하나. 지구 대기의 오염상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

13차 월동대는 지난해 11월 현지에 도착, 장비 설치를 끝내고 새해 벽두부터 본격 연구에 착수했다. 임무수행기간은 1년. 이방용기지대장을 중심으로 전자통신 기계설비 중장비와 의사 등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대장은 7일 인터넷 E메일을 통해 동아일보에 월동대원의 새천년 인사를 전해왔다.

<최수묵기자> mook@donga.com

고국에 계신 모든 분에게. 그리고 동아일보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희 13차 월동대원은 지구반대편의 남극에서 새천년 첫해를 맞이 했습니다. 남극의 새아침은 맑고 청명했습니다. 새천년의 햇살은 저희 가슴속에 많은 생각을 스쳐지나가게 했습니다.

초창기 우리나라의 남극연구는 경험부족으로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문명세계와 동떨어진 남극에서의 연구는 경험이 있다해도 혹독한 날씨와의 ‘대결’ 때문에 특히 어렵습니다.

그러나 10년 넘게 남극연구에 몸담아왔으면서도 갈수록 자연의 위대함 앞에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화창했던 날씨가 불과 몇분 사이에 눈보라를 동반한 초속 수십m의 블리저드(남극의 강풍)로 돌변하는 기상변화는 자연의 거대한 힘을 실감하게 합니다.

과학자는 자연 앞에서 인생을 배운다고 했던가요? 저희는 이같은 극한 환경을 통해 이제야 겸손함을 배우고 있다고 감히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는 남극이 우리 월동대원에게 준 가장 ‘위대한 선물’이기도 합니다.

20세기 눈부신 과학의 진보는 우리 인간에게 ‘불가능에 도전할 것’을 끊임없이 암시하고 있습니다. 세종기지만 하더라도 작년부터 인터넷이 개설되어 고국의 소식과 많은 과학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고 있습니다. 저희 생활과 연구활동은 세종기지의 홈페이지(http://sejong.kordi.re.kr)를 통해 전달되고 있습니다. 멀게만 느껴졌던 남극이 조금씩 여러분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고참대원들의 노련한 경험과 패기에 찬 신세대 대원들의 조화 속에 우리 대한민국 세종과학기지는 새롭게 도약하고 있습니다. 축적된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새천년에는 지구와 자연의 신비를 파헤치는 데 앞장설 것입니다.

남극 세종과학기지는 저희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자연에 도전하고 그것으로부터 진리를 얻고자 하는 모든 대한민국 국민의 것입니다. 여러분의 성원과 관심이 가장 큰 힘입니다.

새천년 새해를 맞이해 모든 분의 평안하심과 무궁한 발전을 다시 기원합니다.

2000년 1월 7일 대한민국 제13차 남극과학연구단 월동연구대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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