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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3월 30일 19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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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나 거울에 김이 서리는 것을 방지하는 신기술을 개발한 ‘벤트리’가 화제의 기업. 벤트리는 ‘모험(Venture)정신으로 큰 나무(Tree)가 되자’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
이 회사 이행우(李雨·42)사장은 30일 “이달초 3M사와 ‘기술관련 기밀누설 방지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에 따라 벤트리는 김 서림 방지 기술에 대한 일부 정보를 3M에 제공하고 3M은 이 기술과 관련된 시장조사 고객성향 분석을 통해 향후 제품개발 등을 하게 된다.
3M사가 한국업체와 이같은 협약을 하기는 처음. 세계적으로도 보기드문 일이다.
이사장은 “3M사는 벤트리의 기술에 대해 무한한 가치를 인정해 현재 어느 정도 상품화할 것인지를 타진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3M은 벤트리의 기술을 이용한 제품을 전 세계 네트워크를 통해 독점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벤트리는 국내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외국 업체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한 기업으로 통한다.
올 1월엔 경쟁입찰에서 미국의 다우코닝사를 누르기도 했다. 미국의 플라스틱 제조업체인 벙커사의 김서림 방지기술 관련 입찰에서 다우코닝을 제치고 50만달러의 로열티를 받으며 1백50만달러의 제품 납품 계약을 했다.
미국 캐나다의 유명백화점과도 4백만달러 상당의 김서림 방지 필름 공급계약을 하는 등 각국 바이어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 협상 중인 외국업체 중에는 제너럴일렉트릭(GE) 크라이슬러사 등 세계적 메이커들이 포함돼 있다.
이사장이 벤트리를 설립한 건 97년 8월이지만 김서림 방지기술에 관심을 가진 건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유학 중이던 87년경 자동차에 김이 서리는 것을 보고 퍼뜩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아하, 이걸 해결하는 기술을 개발해봐야겠구나.”
그러나 마음속 숙제로만 안은채 몇년을 보내야 했다.
직장을 박차고 나와 과학기술원 서울대 출신 연구원 3명과 함께 벤처기업을 하겠다고 나서자 주변에선 “미쳤냐”면서 만류했다. 이사장 자신도 ‘성공할 수 있을까’하는 회의에 여러번 사로잡히곤 했다. 그러나 1년반 동안 매일같이 새벽별을 보며 퇴근하는 강행군 끝에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벤트리의 기술은 사실 김서림 방지 분야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존 기술이 한 제품에만 적용 가능한 반면 벤트리의 기술은 모든 제품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때문에 짜증나는 욕실의 거울을 비롯해 자동차용 유리, 광학렌즈, 첨단 군사장비까지 모두 적용할 수 있다. 가격도 기존기술로 만든 제품보다 50% 이상 싸다.
벤트리의 올해 매출목표는 1백50억원. 특히 순이익률이 35%나 된다. 이사장은 “신기술의 응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면서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