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통합 현대로］현대 『당연』 ＬＧ 『부당』

▼ 현대

ADL의 평가 결과가 발표된 24일 현대전자는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현대전자측은 이날 공식 논평을 통해 “이번 평가 결과는 종합적이고 객관적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반도체) 통합의 당위성을 주장해온 현대전자가 경영 주체로 선정된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LG가 경영 주체 선정을 위해 ‘순자산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현대측은 재무구조와 함께 기술력 생산성 영업 마케팅 능력 등 미래가치에 역점을 두고 종합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현대측은 ADL이 현대의 손을 들어준 것은 이번 평가 작업이 현대가 원했던 대로 ‘종합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반도체부문 경영전략실장인 전인백(全寅伯)전무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 구체적인 통합 방안과 절차는 조속한 시일내에 확정해 공표하겠으며 자세한 사항은 LG반도체와 금융감독위원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관련 기관과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전전무는 “통합 법인은 기술과 인력 등 여러가지 면을 감안해볼 때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 업체로 도약할 기회를 잡았다”며 “기쁨에 앞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LG측이 평가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나서는 데 대해 전전무는 “이번 평가 작업은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평가 기관이 한 것으로 전세계 반도체 업계가 주시해 왔으므로 LG반도체도 통합에 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일단 반도체 통합법인의 경영주체로 현대가 적합하다는 평가는 나왔지만 실제 통합이 이뤄지려면 해결해야할 과제가 수두룩하다.

반도체 평가 작업을 담당했던 최수(崔洙)이사는 “반도체 통합 작업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밝혔다.

최이사는 “결과는 나왔지만 실제 경영권을 확보하기까지는 평가보상 작업 등 앞으로 양사가 서로 합의해 처리할 부분이 많다”며 “양사의 인적 물적 자원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잘 운영하느냐에 따라 통합법인의 성공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석민 기자>smhong@donga.com

▼ LG

LG그룹은 24일 “ADL의 보고서는 경영주체 선정을 위한 평가라고 인정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면서 “반도체사업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기존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선언했다.

LG반도체는 이날 구본준(具本俊)사장 명의로 성명을 내고 “ADL 보고서는 평가기준 및 방법에 대한 합의가 전제되지도 않았고 실사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음은 물론 관련 당사자의 한쪽을 배제한 채 독단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평가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합리적 기준에 따른 재평가를 요구했다.

LG측은 또 ADL보고서의 세부내용에 대해서는 “LG반도체는 ADL 보고서를 접수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알지 못하며 언급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해 보고서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그러나 LG는 “앞으로 합리적 기준과 철저한 검증이 전제된다면 언제라도 반도체 경영주체 선정을 위한 협의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고 “아직도 반도체 경영주체 선정작업은 진행중”이라고 주장했다.

LG그룹은 “ADL이 발표문에서 LG측이 정보를 충분히 제공했다고 표현한 것은 터무니없는 악의적인 주장”이라고 비난하면서 “LG측은 ADL측이 표현한 대로 어떤 형태의 회의나 자료제공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LG측은 “공식적인 평가기준과 실사 검증과정을 거쳐 평가를 하자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해 왔기 때문에 ADL에 자료를 제출할 이유도 없었고 할 필요성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ADL측이 평가한 15개 항목에 대해 “ADL은 객관적으로 우열을 판단할 만한 정보와 자료를 갖고 있지 못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LG그룹은 “반도체 사업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의 금융제재 가능성에 대해 LG측은 “아직까지 반도체 경영주체 선정작업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면서 “평가가 정상적으로 끝난 후 반도체사업 독자경영 등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승환기자〉shean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