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전쟁/첨단 씨앗가공기술]성장속도 증진에 초점

  • 입력 1998년 7월 14일 19시 50분


씨앗가공기술이란 씨앗에 특수 기술을 적용해 발아율을 높이고 병충해를 막는 것. 또 싹이 트고 난 뒤에는 식물의 성장을 빠르게 하는 기술이다.

국내에서는 씨앗 가공기술이 아직 초보단계. 일부 품종의 상용화를 시도하고 있는 상태다.

씨앗 가공 기술은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살균처리 기술. 씨앗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으면 아무리 정성을 들여 길러도 좋은 수확을 얻기 힘들다. 씨가 발아되지 않거나 발아되더라도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씨앗을 살균처리하는 것이다.

우선 너무 크거나 작은 씨앗을 골라내고 좋은 씨앗을 선별한 뒤 약제나 건조하고 뜨거운 바람(건열)으로 살균처리한다. 건열처리로는 씨앗의 발아율이 5%정도 낮아지는 단점이 있다. 종자의 수명도 짧아지고 바이러스의 경우 완전 살균이 되지 않는다.약제를 이용한 화학처리를 하면 발아율이 높아지고 수명도 길어지는 이점이 있다.

국내 5대 종묘회사의 하나인 농우종묘는 이 화학요법을 발전시켜 3∼7일 걸리는 고추씨의 발아기간을 2∼4일로 단축한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적용한 고추씨를 2년전 시장에 내놓았지만 홍보부족으로 상품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올해 8월 중순 대규모 경작자를 대상으로 제품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두번째는 코팅기술. 씨앗에 농약과 염료를 얇게 발라 씨앗을 보호하는 것이다. 씨앗 자체의 세균뿐만 아니라 주변 토양의 세균까지 죽여 건강한 식물체로 자라게 하는 것이다. 서울종묘가 내놓는 코팅 고추씨는 빨갛게 물들어 있어 표시가 난다. 이런 씨앗을 다룰 때 코팅성분이 인체에 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봐서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 펠레팅 기술. 펠레팅은 코팅보다 더 두껍게 약제나 영양물질을 씨앗에 둘레에 씌우는 것이다. 씨앗이 얇고 길거나 아주 작아 취급하기가 불편할 경우 씨앗의 모양을 둥글게 하고 크기를 키워 파종을 쉽게 하도록 한다.펠레팅은 병충해 방제와 발아율 향상뿐만 아니라 씨앗이 싹튼 뒤 성장할 때 필요한 영양분까지 제공해 초기생장을 왕성하게 하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펠레팅을 하면 기계로 파종하기가 쉬어진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얇고 긴 상추씨를 동그랗게 펠레팅해 보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상품를 한 씨앗은 없고 실험적으로 배추 담배 등 씨가 매우 작은 품종에 적용해본 예가 있다.

〈성하운기자〉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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