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전쟁/국내 품종개량기술]벼·고추·무씨 세계 으뜸

  • 입력 1998년 7월 14일 19시 44분


《이제는 바야흐로 씨앗전쟁 시대이다. 새품종 씨앗은 지적 재산권으로 보호받는다. 국제적으로도 자생 고유 식물이나 새품종의 식물에 대해서는 국가 주권으로 인정한다. 과거에는 국가간 교류차원에서 각종 씨앗을 교환했으나 이제는 좀처럼 씨앗을 제공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런 추세에 대응하는 것이 매우 미흡하다. 21세기 ‘씨앗 전쟁’의 첨병 역할을 해야 할 국내 종묘회사 가운데 5대 회사중 3개사가 IMF 파고에 휩쓸려 외국 회사에 넘어갔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일부 품종에서 세계적 수준까지 올라온 씨앗개발기술이 앞으로 기세가 꺽이지 않을까 우려한다. 국내의 씨앗개발기술, 유전자원의 보존현황, 씨앗처리기술을 살펴본다.》

국내 씨앗 개량 기술 가운데 배추 무 고추 품종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수준. 국내서 야채류의 품종을 육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술은 웅성불임을 꼽는다. 아직 일본서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기술이다.

웅성불임은 씨를 받을 모계(母系) 품종은 꽃이 피어도 수술이 나오지 않게 하거나 수술이 나오더라도 꽃가루가 생기기 않게 해 불임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대신 부계(父系) 품종은 수술이 발달해 꽃가루를 생산해 모계에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지게 한다.

모계 품종이 웅성불임이 되지 않으면 꽃이 필 때 모계간에 수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원하는 품종을 얻지 못하므로 사람손으로 일일이 수술을 따내고 인공수정을 시켜야 한다.

웅성불임은 일손을 줄이고 벌이나 나비를 이용해 대규모로 꽃가루받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원하는 종자를 값싸게 대량 생산할 수 있다.

웅성불임 기술은 현재 고추 무 양배추를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는 토마토 브로콜리 배추 등에도 적용할 계획.

벼의 육종기술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벼는 원하는 유전특성이 나타나는 것을 다시 교배해 심고 또 골라내어 심는 방식으로 유전특성을 한군데로 모으는 계통육종법을 쓴다.

채소의 종간 잡종기술은 이미 재배하고 있는 작물에 다른 재배종의 유전 특질을 옮기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고추의 재배종인 캡시쿰 애늄에 바이러스에 강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캡시쿰 카코엔스를 교배해 바이러스에 강한 품종을 만드는 것이다. 고추나 호박의 새 품종을 개발할 때 이 방법을 많이 쓴다.꽃속의 수술이나 꽃가루를 이용해 하나의 새로운 식물체를 만들어내는 약(葯)배양기술도 있다.

그러나 식물의 유전자를 직접 이용해 우수한 형질의 품종을 생산하는 생물공학 기술은 크게 뒤져 있다.미국 캐나다에서는 생명공학 기술을 활용해 제초제에 저항성이 있는 유채 및 옥수수 품종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초보적인 연구단계. 개별기업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기초연구와 신기술 개발에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성하운기자〉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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