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시대 우상,30대「천재」 안철수-이찬진씨]

  • 입력 1998년 6월 21일 20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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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소프트웨어 벤처사업가로 90년대를 화려하게 빛낸 안철수씨(36)와 이찬진씨(33). 정보화시대 젊은이의 우상이었다.

네티즌들은 요즘 두 사람을 곧잘 견준다.

한글과컴퓨터의 이찬진사장은 최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로(MS)부터 최대 2천만달러의 투자를 받는 조건으로 국내 워드프로세서 이용자의 80%이상을 확보한 ‘아래아 한글’ 워드 사업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의 안사장은 지난해말 미국 맥아피로부터 1천만달러에 컴퓨터바이러스백신 소프트웨어 ‘V3’를 팔라는 유혹을 단번에 거절한 ‘사건’이 있었다.

서울대 선후배인 두 사람. 닮은 점이 꽤 있다. 첫째 공통점은 ‘샌님형’이란 점. 컴퓨터마니아 대부분이 그렇듯 둘은 평소 말수가 적고 부끄럼을 많이 탄다. 매사에 꼼꼼한 편.

둘은 ‘전공 불문’으로도 유명. 안사장은 서울대의대에서 전기생리학을 전공한 의학박사지만 결국 진로는 소프트웨어 개발. 대학시절 흥미삼아 컴바이러스를 예방 박멸하는 백신 ‘V3’를 개발해 일약 ‘컴퓨터의 슈바이처’로 떠올랐다.

기계공학도인 이사장도 89년 방위병 시절 서울대 후배 3명이 공동 개발한 ‘아래아 한글 1.0’을 용산전자상가를 통해 판매, 상용화에 성공하는 사업수완을 발휘했다. 이후 그에게는 ‘한국의 빌게이츠’라는 닉네임이 따라다녔다.

비록 이사장이 경영악화와 불법복제의 여파로 경쟁사 MS에 스스로 항복하고 ‘아래아 한글’을 ‘생매장’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게 됐지만 그는 안철수박사가 벤처사업가로 변신하게 도와준 일등 공신이다.

한컴이 잘 나가던 95년초 이사장은 투자자를 백방으로 물색하던 당시 ‘안박사’를 찾아가 연간 운영비 5억원을 지원,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 설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기업조차 선뜻 나서지 못한 일을 일개 벤처기업인 한컴이 앞장서 또하나의 벤처기업을 잉태한 셈이다.

‘합작’ 이후 두 사람은 ‘다른 길’을 걷는다.

이사장은 인터넷 멀티미디어 컴퓨터교육 등 사업을 확장해가지만 실패를 거듭했다. 95년 이사장은 IBM에 한컴 지분을 일부 팔면서 사업자금을 확보하는 아픔도 겪었다. 이어 한국MS의 ‘한글오피스’와 싸우기 위해 미국 로터스와도 손잡고 사무용 소프트웨어인 ‘한컴오피스’를 내놓았다. 당시 한국MS는 이사장에게 한글오피스에 자사 워드인 MS한글워드를 빼고 한컴의 ‘아래아한글’을 대신 집어넣어 팔자는 달콤한 제안을 했다. 이사장은 이 제안을 일축했다. 이 이야기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안사장은 스스로도 인정하듯 사업가로서의 자질은 그리 뛰어나지 못한 편. 오히려 장인(匠人)정신이 강한 그는 더 우수한 백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지금도 안철수연구소가 파는 제품은 백신 관련 소프트웨어 밖에 없다.

국내 컴퓨터이용자라면 거의 다 쓰고 있는 ‘V3’. 그러나 ‘사서 쓰는’ 사람은 손에 꼽을 만큼 적다. 안사장이 매출액을 ‘차마’ 밝힐 수 없다고 할 정도. 맥아피의 1천만달러 유혹이 얼마나 눈에 아른거렸을까.

안사장은 늘 “V3를 외국에 넘겨 버리면 사용자들이 불편하잖아요. 세계 제일의 소프트웨어로 만들어가겠습니다”고 말한다. 그러나 누가 앞 날을 알랴. 가장 인기가 높은 소프트웨어가 실제론 불법복제 때문에 팔리지 않는 풍토에서 과연 살아남을 벤처기업이 몇이나 될까. 이사장은 올들어 부쩍 사람들 앞에 잘 나타나지 않는다. 신한국당 금배지마저 던져버린 그. 올 가을 탤런트인 부인 김희애씨와의 사이에 첫 2세를 안게 될 이씨. 그리고 백신 개발에 자존심을 건 안철수씨. 이들의 운명을 결정지을 열쇠는 결국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

[33세 이찬진씨 이력서]

△한글과컴퓨터(www.hnc.co.kr)대표

△65년 10월 25일 인천 출생

△제물포고/서울대 기계공학과 졸업

△89년 4월 서울대 후배 3명과 함께 한글워드프로세서 ‘한글1.0’ 첫 발표

△90년 10월 한글과컴퓨터 설립

△93년 매출액 1백억원 돌파

△97년 신한국당 전국구의원(98년5월 사퇴)

△수상〓한국정보문화상 기술상(94년) 벤처기업대상 과학기술처장관상(95년) 뉴미디어대상 정보통신부장관상(95년)

△가족〓부인 김희애씨(탤런트·임신중)

△저서〓‘소프트웨어의 세계로 오라’(95년) ‘이찬진의 쉬운 컴퓨터’(97년)

△취미〓농구

[36세 안철수씨 이력서]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www.ahnlab.com)대표

△62년 2월 26일 부산 출생

△부산고/서울대의대와 동대학원/미국 펜실베니아대 경영공학석사

△88년 국내 첫 ‘C브레인’ 컴바이러스 퇴치프로그램 개발 무료배포

△95년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 설립

△수상〓한국컴퓨터기자클럽 ‘올해의 인물’(90년) 한국정보문화기술상(92년) 자랑스런 한국인상(96년)

△가족〓부인 김미경씨(서울삼성병원의사)와 딸 설희

△저서〓‘별난 컴퓨터의사 안철수’(95년) ‘안철수의 바이러스예방과 치료’(97년)

△취미〓영화감상 바둑(아마 2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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