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서 천연색 화면 『짠』…「투명 디스플레이」실용화

  • 입력 1998년 2월 24일 19시 51분


아무 것도 없던 벽면에서 갑자기 박진감 넘치는 영화가 나타난다. 화면의 크기는 60인치. 뒤에서 영사기를 돌리는 것이 아니다. 유리처럼 투명한 ‘유기 전기발광 디스플레이’(OELD)가 온갖 색상의 화면을 쏟아내는 것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운전자가 도로교통안내시스템을 확인하기 위해 시선을 돌리는 바람에 사고를 내는 일도 없어진다. 스위치를 켜면 투명한 앞유리창에 도로안내화면이 등장해 운전에 아무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역시 OELD를 이용한 디스플레이다. 공상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투명 디스플레이 장치가 본격적인 실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이데미추 고산사는 지난해말 10인치짜리 컬러 OELD 시제품을발표, 이 분야의 선두주자로나섰다. 영국의 CDT사는4인치급단색 OELD 연구제품을 발표해 바싹 뒤를 따르고 있다. 미국 독일도 차세대 가전제품의 핵심소재인 OELD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우 고등기술연구원이 최근 4인치급 단색 OELD를 처음으로 개발해 ‘꿈의 디스플레이’시대를 열고 있다. 고등기술원은 금년말까지 컬러OELD를 개발하고 화면 크기도 10인치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LG전자 오리온전기도 OELD 기술개발을 추진중이다. OELD는 자동차와 TV는 물론 그동안 액정표시장치(LCD)가 차지했던 각종 부문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값이 20% 이상 싸면서 두께는 LCD에 비해 8분의 1, 무게는 4분에 1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화면의 크기도 기존 TV브라운관이 40인치, LCD의 경우 30인치가 한계였으나 OELD는 화면을 60인치까지 키울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더구나 LCD의 시야각도가 1백60도로 제한되어 있으나 OELD는 그 이상으로 시야각이 넓다. OELD는 가장 먼저 휴대전화에 적용될 전망이다. LCD를 이용한 휴대전화 단말기의 두께가 2㎝ 정도였지만 OELD를 이용하면 단말기의 두께를 4㎜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것. ‘카드형 휴대전화’의 출현이 예고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등기술연구원 김영규박사는 “향후 3,4년내에 LCD와 기존 TV브라운관은 대폭 OELD로 교체될 수밖에 없다”며 “OELD기술은 향후 가전제품 및 컴퓨터 통신기기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수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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