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파학습기」효과 논란…외국선 호텔서비스용품으로 비치

  • 입력 1997년 9월 30일 08시 51분


『공부를 잘하게 해주는 기계는 없을까』 만약 이런 바람이 현실로 나타나면 어떻게 될까. 꿈 같은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최근 「학습능률을 올려준다」는 광고 카피를 앞세우고 수험생이나 학부모의 주머니를 노리는 「뇌파학습기」가 시중에 나돌고 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것만 10여종이나 될 정도. 그러면 뇌파학습기의 원리는 무엇일까. 짧게 줄이면 머리 속의 특별한 뇌파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뇌파는 성질에 따라 감마파 알파파 델타파로 나눠진다. 감마파는 한창 흥분된 상태, 알파파는 긴장이 풀어진 평온한 상태, 델타파는 의식이 없는 수면상태에서 나온다. 뇌파학습기는 이 중 주로 알파파 발생을 유도, 심신을 안정된 상태로 이끌어 공부하는데 최적의 상태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뇌파학습기를 사용한 학생들의 반응은 여러 가지로 엇갈린다. 고교 시절부터 뇌파학습기를 사용해 온 최모씨(서울대 화공학과)는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나도 몰래 자신감이 생긴다』며 그 효과를 인정했다. 반면 고3 때 뇌파학습기를 사용하다 중단했다는 이모씨(연세대 철학과)는 『잠을 부르는 효과는 있었지만 공부할 때는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졌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떨까. 94년 서울대 교육연구소는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7일간 뇌파학습기로 뇌파조절을 한 뒤에 영어 학습자료를 주고 학습성과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놓고 실험을 했다. 결과는 뇌파조절을 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기억력 향상 효과를 나타냈다는 것. 그러나 뇌파학습기의 덕을 봐서 성적이 하루아침에 뛰어올랐다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 최근 한 방송국은 광고에 출연한 학생들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이름을 빌려주었을 뿐」이라는 대답만을 들었다. 뇌파학습기는 본래 서구에서 심신 이완을 위해 개발한 상품. 주로 호텔에서 안정된 기분을 주기 위한 서비스 용품으로 비치해 놓는 것. 우리나라처럼 학습 보조용구로 판매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유윤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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