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시장이 본격적인 경쟁시대를 맞았다. 국제 시외전화에 이어 시내전화도 경쟁사업자가 등장했다. 무선분야는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시티폰이 시장잠식을 시작했고 8월경에는 개인휴대통신(PCS)도 도전장을 낸다. 약육강식의 시대에 들어선 통신산업의 분야별 경쟁양상과 과제, 시장 전망을 10회에 걸쳐 시리즈로 살펴본다.》
하나로통신(가칭)이 13일 제2시내전화 사업자로 선정된 것은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1백년 이상 지속된 시내전화사업의 독점체제가 깨졌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시내전화도 공산품처럼 싸고 품질좋은 서비스를 소비자가 얼마든지 골라 쓸 수 있다. 전화사업자도 기술개발을 통해 요금을 낮추고 고객서비스를 개선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적자생존의 시대를 맞았다.
데이콤을 대주주로 삼성 현대 대우 SK텔레콤 한전 등 재계에서 내로라하는 4백44개 업체가 연합한 자본금 1조원 규모의 하나로통신은 「99년1월 시내전화 사업개시」를 목표로 본격적인 사업준비에 돌입했다.
하나로통신은 이달중에 시내전화사업준비팀을 구성하고 7월에 발기인대회를 가진 다음 8월말∼9월초에 창립총회를 열 계획. 하나로통신의 초대 사장으로는 정보통신부 전직 고위관료나 한국통신 사장 출신이 거론되고 있다.
하나로통신은 오는 99년1월 서울 부산 대구 등 광역시 이상 지역과 제주에 서비스를 시작하고 2000년에 인구 40만 이상 도시로 확대하며 2003년에 전국 서비스를 실현한다. 이를 위해 2003년까지 6조원 가까운 돈을 시설투자에 쏟아부을 계획.
정부투자기관인 한국통신에 맞서는 하나로통신의 영업전략은 가격과 서비스의 차별화.
현재 전화 한대에 25만원씩 받는 설비비를 없애는 대신 가입비로 9만원만 받고 요금도 한국통신보다 5% 싸게 한다는 게 기본전략이다.
여기에 더해 하나의 전화회선으로 음성전화와 PC통신을 동시에 사용하고 모뎀이 없어도 전화회선을 PC에 연결해 PC통신이나 인터넷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이같은 서비스의 차별화로 2003년경 2조2천억원의 매출을 올려 21.4%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겠다고 하나로측은 기염을 토했다.
「독점」을 향유해온 한국통신도 좋은 시절은 끝났다. 벌써부터 대응전략에 분주하다.
우선 올해안에 설비비를 가입자들에게 돌려주고 지지부진한 종합정보통신망(ISDN)사업을 활성화할 계획.
ISDN을 통해 통신회선을 고속화하고 품질로 고객만족도를 높여 초기에 하나로의 기세를 제압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한국통신의 시내전화 매출액은 3조1천억원규모. 올해는 3조5천억원으로 8%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전화가입자가 지난달 2천만명을 돌파했지만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해 매출액 상승은 완만한 편.
그러나 시내전화망이 모든 통신망의 근간인데다 무선호출 휴대전화 인터넷 등 다른 통신수요가 증가할수록 시내전화 수요도 덩달아 늘어난다. 특히 하나로통신은 초고속망의 확충과 멀티미디어 인터넷의 활성화로 시내전화 매출이 2003년경 9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2시내전화사업자가 등장하면 한국통신이 독점하고 있는 전화번호체제도 개편해야 한다.
한국통신은 「082」시외전화처럼 『제2사업자에 식별번호를 주면 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하나로통신은 『전화번호를 양 사업자가 균점해야 마땅하다』고 맞서고 있다. 벌써부터 팽팽한 신경전속에 전운이 감돈다.
〈김학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