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물」찾아 헤매는 네티즌 『떼구름』

  • 입력 1997년 2월 1일 20시 15분


[金鍾來·洪錫珉기자] 인터넷에는 건전한 정보로 가는 좁은 길과 욕망에 눈 먼 정보로 가는 넓은 길이 있다. 남성 네티즌 대다수는 인터넷을 처음 배울 때 「플레이보이」 「펜트하우스」 같은 성인물 사이트를 찾아다니던 경험을 갖고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검색어 1,2위는 「섹스」나 「어덜트」 「누드」 같은 용어가 차지한다. 이러한 사례는 최근 국내에서 한 아빠가 어린 딸을 위해 만든 어린이 교육정보 사이트와 한 20대 회사원이 취미로 외국의 유명 포르노 사이트를 모아 만든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너무나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인 경진이는 「인터넷 박사」인 아빠와 함께 매일 저녁마다 한두 시간씩 인터넷 가상공간의 교육 정보를 찾아본다. 경진이의 아버지 김남형씨. 용산공고 교사인 김씨는 지난 연말에 「경진이의 별장 (http://www.iWorld.net/∼hjjh)」 이라는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경진이가 가족이 함께 사는 사이버별장을 상상해 그려 넣었다. 김씨는 어린이 교육을 위한 홈페이지를 모아 50여가지 주제별로 정리했다. 김씨 같은 처지의 부모에게 어린이 교육정보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경진이의 홈페이지는 공개된지 이미 한 달이 넘었다. 그러나 이 별장 홈페이지를 찾은 네티즌은 지금까지 3백명에도 못미친다. 인터넷을 통해 새 친구를 사귄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던 경진이는 별장 우체통(hjjh@nuri.net)을 매일 확인하지만 편지를 한통도 찾을 수 없었다. 반면에 현대의 아미넷을 통해 강모씨(27·회사원)가 개설한 홈페이지. 이곳엔 모두 국내외 음란사이트 50여개를 「엄선」해 놓았다. 유명 음란사이트로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지름길을 만들어 놓은 셈이다. 강씨의 홈페이지는 연일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따로 광고한 것도 없는데 지난 다섯 달동안 4만여명의 네티즌이 이곳을 방문했다. 상용 정보에 견줄 만한 엄청난 조회수다. 아미넷의 한 관계자는 『막아야 할지 두고봐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다. 섣불리 제지했다가 「왜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가」라는 네티즌의 거센 반발에 부닥칠 수 있기 때문. 이같은 고민은 물론 아미넷만의 문제는 아니다. 강씨와 같은 사이트는 열린 공간 인터넷에서 얼마든지 접할 수 있다. 수없이 많은 개인의 홈페이지를 일일이 찾아 검열한다는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쩌면 그것이 인터넷이 본래부터 안고 있는 비극의 씨앗일지도 모른다는 게 비판론자의 한결 같은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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