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동아 정보화캠페인]기술빈국…말뿐인 「벤처육성」

입력 1997-01-23 20:34수정 2009-09-27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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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휴대전화 1대에 10만원, PC 대당 1백만원」. 지난해 국내에서 80만대이상 팔린 디지털 휴대전화에는 70달러 짜리 수입칩과 전체 판매액의 5.25%에 해당하는 로열티가 들어 있다. 삼성 LG 등 제조업체들은 이미 3백만달러의 기술료를 미국 퀄컴사에 건네주었다. 소비자는 휴대전화 1대를 살 때 10여만원을 미국에 지불하는 셈이다. 삼성 삼보PC에 쓰이는 윈도95소프트웨어(약 70달러)나 중앙처리장치(약 4백달러)도 모두 외제다. 대부분의 핵심부품도 수입했거나 로열티를 준 것들. 2백만원을 넘는 PC 1대를 살 때마다 절반인 1백만원은 외국기업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은 해마다 수십억달러의 로열티를 앉아서 벌고 있다. 일본기업은 미니디스크(MD) DVD플레이어 등 신개념제품으로 로열티 사냥에 나서고 있다. MS와 인텔은 초창기에 직원이 대여섯 명 뿐인 초미니 벤처기업이었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로열티로 매년 1억달러를 벌어들이는 퀄컴도 80년대 말에는 무명기업이었다. 정부는 끊임없이 「벤처기업 육성」을 부르짖어왔다. 그러나 한국을 대표할 첨단기술이나 제품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로열티(기술 및 상표 이전료) 지급액만 매년 급등, 94년 17억1천9백만달러에서 95년 23억8천4백만달러, 지난해 11월에는 22억달러를 돌파했다. 반면 지난해 우리가 벌어들인 로열티 수입은 고작 1억4천2백만달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한국 경제의 이면에 감추어진 「기술빈국」의 실상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탄생한 벤처기업은 1백56만개. 대학을 갓 졸업한 20,30대가 주류를 이룬다. 반면 지난해 국내에 설립된 벤처기업은 1천5백개 정도. 그나마 젊은이들의 창의력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대기업의 하청업체 모양으로 급조된 것이 많다.장외시장에 등록한 국내 대표 벤처기업 51개사 대표의 평균연령은 51세. 결국 미국의 젊은 20대와 한국의 50대가 겨루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국내 벤처기업 중에는 정부 융자기금을 이자놀이에 쓰거나 장외시장 상장을 위해 외형을 뻥튀기하는 등 기존기업의 「못된 버릇」부터 배우는 풍토마저 번지고 있다. 국내 벤처기업은 또 세계무대에서 성공하겠다는 의지보다는 「레밍스」(우두머리를 따라 몰려다니는 유럽산 쥐)의식에 도취해 있다는 지적이다. 90년대초 워드프로세서 소프트웨어가 유망해보이자 10여개 업체가 우르르 몰려들었다가 지금은 2,3개 업체만 살아남은 경우를 빗댄 말이다. ㈜나눔기술 張永昇(장영승)사장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은 몇년앞을 내다보고 독창적 기술이나 제품개발에 몰두했다』며 『남들이 하면 따라하는 식의 근시안적 사고가 팽배해 있는 한 세계적 기술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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