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1년 성적표]라이스스토리 숙명여대점 이민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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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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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지고 지원” 본사 말 믿고 덜컥 식당냈다 ‘쓴맛’
조리 교육부터 다시…月매출 3000만원 이젠 ‘단맛’

첫 외식업 창업에서 실패한 이민규 씨는 두 번째 창업에서 프랜차이즈 본사의 사업 경험과 노하우, 자금력부터 살폈다. 실패에서 얻은 교훈 덕분에 지금은 가맹점 2개 점포의 사장이 됐다. 양회성 기자
첫 외식업 창업에서 실패한 이민규 씨는 두 번째 창업에서 프랜차이즈 본사의 사업 경험과 노하우, 자금력부터 살폈다. 실패에서 얻은 교훈 덕분에 지금은 가맹점 2개 점포의 사장이 됐다. 양회성 기자
이민규 씨(30)는 대학 졸업 후 구직활동을 하다 포기하고 외식업 창업에 도전했다. 부모님 도움으로 큰돈 들여 창업했지만 첫 번째 시도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사업을 포기하는 바람에 덩달아 문을 닫아야 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그는 두 번째부터는 한층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 첫 시행착오는 보약


첫 창업을 결심했을 때 이 씨는 사회 경험도, 창업에 대한 조언을 해줄 만한 지인도 없었다. 의지할 곳은 프랜차이즈 창업뿐이었다. 프랜차이즈를 선택할 때 전문성과 노하우를 갖춘 곳으로 했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했다.

그가 처음 선택했던 업체는 세계 각국의 볶음밥과 면 요리를 파는 퓨전요리 전문점이었다. ‘베트남 쌀국수’나 ‘일본 라면’ 등은 흔해도 볶음밥이나 다양한 전통 면 요리를 선보이는 곳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아이템이 참신해 보였다. 본사는 가맹점이 하나도 없는 신생 업체였지만 그는 가맹비·교육비 700만 원을 면제해 준다는 조건이 마음에 들어 창업을 결심했다.

“프랜차이즈 알아보고 계신다고요? 본사 노하우-자금력 꼭 확인하세요”

2008년 1월 2억2000만 원을 투자해 숙명여대 앞에 66m²의 매장을 얻었다. 가맹본사에서는 약속한 대로 매일 직원이 매장에 나와 영업과 마케팅을 돕는 등 적극 지원해 줬다. 그 덕분에 개점 초 매출은 하루 50만 원대로 순조로웠다.

문제는 대학이 개학하면서부터 생겼다. 손님은 느는데 조리 시간이 오래 걸려 손님을 다 받을 수 없었다. 식자재를 일일이 다듬고 조리해야 할 정도로 식자재 공급 시스템이 부실해 식자재 준비에 2시간, 볶음밥 한 그릇 조리하는 데 7분 이상 걸렸다. 식자재 구입 노하우도, 우월한 지위의 구매력(바잉파워)도 없어 수익이 낮았다.

이 씨가 시행착오를 하는 동안 단골들이 하나둘 떨어져 나갔고 매출은 급감했다. 방학 때는 매출이 더 떨어졌다. 점포를 근근이 유지하는 수준에서 운영하던 중 지난해 7월 초 설상가상으로 본사가 프랜차이즈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 두 번째는 사업 노하우부터 체크

의지할 곳이 없어진 이 씨는 점포 문을 닫다시피 하고 다른 프랜차이즈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각종 볶음밥과 면류를 ‘원팩(조리에 필요한 식자재를 하나의 팩에 넣어 밀봉)’으로 공급하는 중견 업체인 ‘라이스스토리’를 발견했다.

그는 곧 재도전에 나섰다. 프랜차이즈 본사 운영팀장과 함께 매출 부진 이유를 진단했다. 좁고 비능률적인 주방, 복잡한 조리방식 때문에 맛이 자주 변한 점, 대학가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마케팅 등이 문제로 꼽혔다.

그는 8m² 남짓했던 주방을 두 배로 확장해 식자재 수납공간을 넓히고 동선을 자유롭게 했다. 환기시설도 새로 설치해 음식 만들 때 나는 연기가 잘 빠지도록 했다. 점포를 다시 꾸미는 데는 약 1500만 원이 추가됐다. 주방 공사 및 간판 공사비 1000만 원, 가맹비·교육비 500만 원 등이다.

조리교육도 다시 받았다. 본사에서는 식품공장에서 조리를 끝낸 밥과 야채, 고기 등 재료를 손질이 끝난 상태로 배송해줬다. 예전처럼 밥을 짓고 식자재 다듬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됐다. 조리가 간편해져 조리시간이 7분에서 3분으로 단축됐다. 조리사 2명을 1명으로 줄여 인건비도 절약할 수 있었다.

마케팅 전략도 다시 짰다. 가격 할인, ‘1+1’ 프로모션 등 다양한 판촉활동을 벌였다. 신장개업 이벤트로 인기볶음밥 1000원 할인행사, 3500원 상당의 샐러드 무료 제공 이벤트를 펼쳤다. 또 2명이 같은 메뉴를 시킬 때는 그릇당 500원을 할인해 주기도 했다. 9월 개학이 되자 평일 매출은 40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주말은 7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뛰었다. 현재는 월 매출 3000만 원, 순수익 750만 원의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 점포 추가 자신감도 얻어

자신감을 얻은 이 씨는 이달 초 경희대 앞에 2억 원을 들여 66m² 규모의 점포를 하나 더 열었다. 투자비는 숙명여대 매장을 운영하면서 얻은 수익금과 일부 대출금, 경희대 점포 운영을 전담하는 매형의 투자금으로 충당할 수 있었다.

그는 “음식점이라면 맛의 표준화, 효율적인 주방 시스템, 조리 매뉴얼이 가장 중요한데 정작 중요한 건 체크하지 않고 ‘책임지고 최선을 다해서 지원해 주겠다’는 말만 들은 채 덜컥 계약을 한 게 첫 실패의 원인이었다”며 “실패로 얻은 경험 덕분에 지금은 사업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돼 매형과 함께 매장을 3개까지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전문가 조언

국내 프랜차이즈 2500여개
가맹점 최소 20여개 돼야
공동 구매력 등 경쟁력 생겨


국내 프랜차이즈의 수는 2500여 개에 이르고 이 중 외식업체 수는 1523개로 62.7%를 차지한다. 이렇게 많은 외식 프랜차이즈 중에 한 업체를 선택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이민규 씨는 창업 첫 번째 관문에서 실수를 저지른 사례다.

외식 프랜차이즈를 선택할 때는 먼저 회사의 안정성을 봐야 한다. 재무 상태, 자금력, 직영점 존재 여부를 먼저 파악하는 게 좋다. 자기 자본 없이 가맹점 모집에만 의존하는 신생회사는 사업 진척이 안 되면 쉽게 무너질 수 있다. 가맹본사 직원의 말만 듣지 말고 실질적인 자금력, 지원능력이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또 맛에 대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지 봐야 한다. 가맹점주를 실험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닌지, 검증된 매장을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꼭 필요한 과정이다. 혁신적인 신업종일지라도 20여 개의 가맹점을 보유해야 경영정보시스템 구축, 공동 구매력이 생길 수 있다. 한창 가맹점 수를 늘리고 있는 브랜드를 선택할 때는 일종의 유행으로 끝나는 것은 아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이 씨는 두 번째 창업을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이 씨는 꾸준히 사업을 키워가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현장 경험은 물론이고 경영에 필요한 이론적인 공부도 병행하는 게 좋다. 경영이나 마케팅 관련 서적을 꾸준히 읽고, 자신만의 경영이념과 철학을 갖춘다면 훌륭한 사업가로 거듭날 것이다.

현재 이 씨의 당면과제는 2호점 성공이다. 2호점은 매형에게 맡기고 있는데, 점포 수를 계속 늘려가려면 친척이나 지인에게만 의존하는 건 한계가 있다. 종업원들에게 비전을 심어주고 우수한 인재를 찾아내 장기적으로 함께 성장할 ‘인력관리 시스템’을 짜야 한다.

또 경희대와 숙명여대는 상권 특성이 다르므로 이에 따른 고객들의 욕구 차이와 소비패턴 차이를 분석해 경영에 반영하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 경희대 매장은 조리가 간단한 볶음밥 매출이 높으므로 주방 여력을 이용해 다양한 세트메뉴를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또 재학생과 인근 음식점 유입인구가 주요 고객인 숙명여대와 달리 경희대는 병원 등의 고객층도 많으므로 이런 상권의 차별화 요소를 마케팅에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해야 한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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