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권의 FTA 기회주의자들

  • 입력 2007년 4월 3일 2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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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정치인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기회주의적 처신을 보이고 있다. 그제 협상 타결 직후 한국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미 FTA에 대해 찬반 의사를 정하지 않은 의원이 40%를 넘었다. 협상 개시 선언으로부터 14개월이 지났고, 합의 내용도 대체로 윤곽이 드러난 상태다. 그런데도 태도를 정하지 않았다면 정치적 ‘주판알 튕기기’가 끝나지 않은 탓이 가장 클 듯하다.

그보다 더 적극적인 기회주의도 있다. 김근태 씨는 열린우리당 의장으로 있을 때 “FTA를 성선(性善) 성악(性惡) 식의 이데올로기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천정배 씨는 법무부 장관 시절 “세계 도약의 중요한 시험대인 만큼 (한미 FTA에) 힘을 모아 달라”는 정부합동담화문에 서명했다. 그러고도 이들은 최근 반대 단식농성을 벌이다가 협상이 타결되자 ‘중산층과 서민에 대한 배신’ ‘제2의 을사늑약’ 등 독설을 쏟아 냈다. 하지만 이들의 정략적, 위선적 처신이야말로 국민에 대한 배신 행위가 아닌가.

FTA라면 무조건 반대하는 다수의 농촌 출신 의원들은 ‘득표 기회주의’ 경쟁을 벌이는 듯하다. 농업문제와 농촌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 제시는 없이 ‘개방’이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반대만 하면 지역구 주민들이 저절로 잘살게 되기라도 한단 말인가. 이런 수준의 농촌 출신 의원들을 계속 당선시켜서는 농업문제, 농촌문제의 궁극적 해법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FTA 기회주의자’와는 달리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추진의 주역인 조순형 의원은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되자 노 대통령의 결단을 높이 평가했다. 그의 시시비비(是是非非)의 자세가 돋보인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당의 유불리(有不利)를 떠나 한나라당이 비준에 앞장서자고 제창했다.

국익을 지킬 정치인과 사익(私益)만을 위한 정치꾼을 판별할 책임은 결국 유권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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