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라이트]4부<6·끝>뉴 라이트의 좌표는

입력 2005-02-22 17:36수정 2009-10-09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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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평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또 정부는 시장에 어디까지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이 질문은 보수와 진보 진영의 화두일 뿐만 아니라 뉴 라이트(New Right) 운동의 핵심 쟁점이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뉴 라이트 진영은 자유와 작은 정부를, 진보 진영은 평등과 큰 정부를 중시한다. 북한 인권 문제와 한국 현대사에 대해서는 현 정부와 뉴 라이트 진영이 상반된 시각과 해법을 갖고 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을 계기로 불거진 법치주의 논란에 대해서도 양쪽은 상당한 시각차를 보인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결국 이 같은 문제를 어떻게 풀어 가느냐에 달렸다고도 할 수 있다. 정계 입문 이전부터 꾸준히 중도 보수를 주창해왔으며 정치권에서 뉴 라이트 운동의 전도사로 불리는 박세일(朴世逸)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 진보적인 학자로 여권의 정책자문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임혁백(任爀伯) 고려대 교수가 2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대담을 가졌다.》

○ 자유와 평등, 법치주의

▽박세일 의장=1980년대 민주화세력은 반독재투쟁세력으로서 권위주의를 해체시키는 데 기여했지만, 이들의 행태를 자유주의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한국의 자유주의는 산업화세력에 의해서도 억압됐지만, 이후 민주화세력에 의해서도 억압됐다. 앞으로의 과제는 자유화이다. 자유를 선택하면 평등에 도달할 수 있지만, 평등을 선택하면 자칫 둘 다 잃을 수 있다는 것이 역사의 경험이다.

▽임혁백 교수=자유와 평등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패배자에게 다시 경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의 평등과 함께 자유를 추구해야 한다.

▽박=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은 대의제민주주의이고 직접민주주의는 보조적이다. 민중민주주의로 가는 위험성을 피하기 위해서는 헌법과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여론의 지배가 폭민(暴民)의 지배가 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바로 법치주의이다.

▽임=법치의 실현을 위해 사법부와 경찰이 있는데, 이것이 실제적 정치권력이 되면 민주주의의 영역이 축소된다. 헌법재판소가 정책을 결정하는 상황까지 가면 국민의 대표들이 지배해야 할 영역이 줄어든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선출한 대표가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사법부는 법조문을 공정하게 해석하는 데 머물러야 한다.

○ 시장과 정부

▽임=정부는 공정한 시장경쟁이 될 수 있도록 경찰 역할을 해야 한다. 약자도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게 해야 한다. 작은 정부보다 능력 있는 정부가 중요하다.

▽박=정부는 시장의 자유경쟁을 보장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 다만 경쟁에 참여할 수 없는 약자에 대해서는 적절한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 정부가 커지면서 비효율과 민간부문의 위축 현상이 나타났다.

○ 북한 인권문제

▽임=떠든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독재자가 인권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 그와 협상을 통해 인권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경제지원으로 북한의 생활을 개선해야 한다. 박정희(朴正熙) 시대에 미국이 한국 인권문제를 제기하자 보수세력은 ‘왜 물밑 외교를 통해 조용히 해결하지 않느냐’고 했다. 지금은 보수세력이 정반대 논리를 편다.

▽박=박정희 시대에 진보세력은 미국에 한국 인권문제를 떠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왜 지금은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지 않나. 목표는 북한의 인권개선과 개혁개방이고 화해협력정책은 수단이다. 목표와 수단이 전도됐다. 일본은 총리가 북한에 가서 싸우다시피 해서 납북자를 데리고 왔다. 우리는 정부의 능동적 역할이 거의 없다.

○ 한국 현대사 평가

▽임=파행적인 분단국가 수립과 압축적 산업화 과정에서 인권이 침해되고,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권위주의가 강화됐다. 1997년까지 집권한 보수세력의 기본 뼈대는 이념적으로 반공주의, 경제적으로 개발독재, 정치적으로 지역패권주의였다. 이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게 과거사 진상규명이다.

▽박=현 정부의 역사관은 ‘역사청산론’이다. 광복 후 역사는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승리한 실패의 역사, 오욕의 역사였다고 비판한다. 역사는 공과(功過)가 있는 법이다. 대한민국 역사는 크게 발전과 승리의 역사였다. 유례없는 압축적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

▽임=이승만(李承晩) 정권이 분단국가를 만들어 지금까지 겪고 있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파헤쳐야 한다. 박정희 정권이 산업화를 위해 민주화를 희생시킨 것은 역사적 필연이 아니라 선택이었다. 이는 정치적 문제이지 학술적 문제가 아니다.

▽박=어느 나라든 민주화를 먼저 이루고 산업화에 성공한 예가 없다. 역사는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 진실 규명의 주체는 역사학자와 전문가라야 한다. 정치권이 나서면 그 자체가 또 하나의 과거사가 될 위험이 있다.

○ 뉴 라이트의 좌표와 평가

▽임=뉴 라이트는 무엇보다 올드 라이트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뉴 라이트 주창자 중에는 386 운동권세력이 많은데, 이들이 보수를 개혁한다고 하면서 과거에 함께 운동했던 사람들이나 노무현 정부를 공격해선 공감을 얻기 힘들다.

▽박=지난해 동아일보의 보도로 본격 점화된 뉴 라이트는 새로운 시대의 사상적 물결로서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것이다. 시민사회와 전문가집단, 종교계, 학계 등에서 시작된 사상운동이자 계몽운동이다. 20세기적인 진보 보수의 패러다임에 기초한 이념대립을 극복하고 21세기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뉴 라이트 방향으로 가야 한다. 시장 자유 세계화라는 기본 개념을 갖고 공동체적 입장에서 국가발전을 꾀해야 한다는 생각을 담아낸 것이다.

▽임=보수세력은 1997년 이후 대선에 두 번 패하고 의회권력도 내줬다. 과거 보수세력의 기반이었던 반공주의와 지역패권주의는 유연성을 상실했다. 이런 정체성의 위기에 직면해 한국의 보수가 재집권 방향을 찾자는 것이 뉴 라이트 운동이라고 본다. 그러나 공동체적 자유주의나 선진화 등의 가치는 열린우리당도 내세우는 것이다. 그래서 뉴 라이트는 큰 호소력을 갖기 힘들다.

▽박=새로운 보수세력이 새로운 가치를 갖고 등장한 것이 뉴 라이트다. 진보세력도 마찬가지다. 1980년대식 진보는 자기 변화 없이 20세기적 사고에 머물러 있다. 뉴 라이트에 대응해 뉴 레프트 운동도 시작돼야 한다.

정리=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이념따라 재편” “票心 두루 대변”▼

한국의 정당구도는 보수-진보-중도의 이념 스펙트럼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정당 내에 여러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뒤섞여 있는 데다 정당 간 이념 구분도 명확하지 않다. 정치권 재편에 대한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세일 정책위의장은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양대 정당으로 재편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념에 따라 구분된 양대 정당이 각각 국가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이 선택하게 해야 한다”며 “이 정당이 집권하면 이런 길로 나갈 것이라는 예측가능성이 높아져야 정치가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장은 “또 다른 대안으로는 중도보수와 중도진보, 중도주의를 모두 아우르는 중도대연합 정당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임혁백 교수는 정당이 이념에 따라 재편될 필요성이 없다는 반론을 폈다. 임 교수는 “탈(脫)산업사회의 다양한 정치적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서는 계급에 기반한 이념정당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미국처럼 유권자의 선호에 스스로를 맞춰가는 선거정당 구도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위기 때에 요구되는 중도대연합 정당은 지금 상황에선 적절하지 않다”면서 “열린우리당은 당내 이념적 스펙트럼이 다양한데, 이들이 유권자층을 골고루 대표하면 장기 집권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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