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뉴스인물]<7·끝>‘아줌마 핸드볼’ 4인방

  • 입력 2004년 12월 27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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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숙(왼쪽) 오영란 선수. -동아일보 자료 사진
허영숙(왼쪽) 오영란 선수.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보다 값진 은메달을 따낸 여자핸드볼 팀 ‘아줌마 4인방’ 임오경(33) 오성옥(32·이상 일본 메이플레즈) 오영란(32·효명건설) 허영숙(29·부산시시설관리공단).

전후반 60분과 연장 1, 2차전까지 간 덴마크와의 결승전에서 이들이 보여 준 아줌마 투혼은 온 국민을 감동시켰다. 비록 승부던지기에서 져 은메달에 그쳤지만 사람들은 이들에게 아낌없는 갈채를 보냈다.

그로부터 4개월. 오영란과 허영숙은 16일 개막한 핸드볼큰잔치에서 뛰고 있다. 유료 관중은 하루 평균 300명 정도. 올림픽 때 반짝했던 핸드볼 인기는 이내 시들해졌다.

“아테네 올림픽이 끝나고 한 달 반가량 행사에 불려 다니느라 정신없었어요. 하지만 그 이후론 몇몇 열성 팬들이 생겼다는 것 외엔 올림픽 전과 달라진 게 없어요.”

오영란은 올림픽이 끝난 뒤 신생팀 효명건설에 입단했다. 골키퍼인 오영란의 남편 강일구(28)도 남자 실업팀(코로사) 골키퍼. 각자 팀 숙소에서 생활하다 보니 이들 부부는 대회 기간 중엔 거의 만날 시간이 없다.

4인방 중 가장 나이가 어린 허영숙은 출퇴근하며 핸드볼큰잔치에 출전한다. 경기 성남의 팀 숙소 근처에 집이 있기 때문. 올림픽이 끝나고 대한체육회와 대한핸드볼협회, 소속팀 등 여기저기서 받은 포상금 1500여만 원으로 집 사느라 받은 은행 대출금도 모두 갚았다.

허영숙은 “일본에서 온 언니들(임오경과 오성옥)과 포지션(센터백)이 겹쳐 사실 올림픽 때는 대부분 벤치 신세였다”며 “그래서 축하행사에 참석하는 게 쑥스러웠다”고 말했다. 그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그는 핸드볼큰잔치에서 26일 현재 득점 1위. 젊은 선수들에게 지지 않기 위해 피트니스센터 트레이너인 남편과 틈만 나면 비지땀을 흘린다.

1994년 일본에 진출해 현재 메이플레즈 감독 겸 선수인 임오경은 올림픽 후 일주일의 꿀맛 같은 휴가를 보낸 뒤 일본으로 돌아갔다. 22일 잠시 귀국한 임오경은 “일본에 가자마자 대회가 연달아 열려 무척 바빴다”며 “최근 끝난 전일본종합선수권대회에서 팀이 6년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고 귀띔했다. 임오경은 “같은 팀에 있는 오성옥도 가족과 함께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4명은 대표선수로는 사실상 아테네 올림픽이 마지막. 이제 젊은 후배들이 그들이 못다 이룬 꿈을 이뤄줄 차례다.

“‘할 수 있다고 믿으면 안 될 일이 없다’고 후배들에게 말하곤 해요. 4년 뒤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이 아닌 금메달을 따야죠.”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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