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이 천사]<26>섬마을 선생님 자원 윤문자 교사

  • 입력 2004년 6월 25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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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엄마 같아요!” 윤문자 교사는 가족이나 다름없는 장고분교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갯바람을 맞으며 활짝 웃었다.-보령=조이영기자
“선생님이 엄마 같아요!” 윤문자 교사는 가족이나 다름없는 장고분교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갯바람을 맞으며 활짝 웃었다.-보령=조이영기자
‘섬마을 선생님’ 윤문자(尹文子·52) 교사는 아이들과 더불어 산다.

70가구 300여명의 주민이 사는 충남 보령시 오천면 삽시도리 내 장고도.

청룡초등학교 장고분교는 교실 3칸, 전교생 13명이 전부인 작은 학교지만 이곳에서 윤 교사와 함께 아이들의 꿈이 쑥쑥 자라고 있다.

윤 교사가 장고분교에 부임해 온 것은 2002년 3월 1일.

윤 교사는 1980년 결혼 직후부터 20여년간 병석에 누운 시어머니를 모시느라 대전 집을 떠날 수 없었다. 시어머니가 타계한 뒤 윤 교사의 남편 신화선씨(54·선물 옵션 애널리스트)는 “이제 당신이 원하던 낙도 어린이들에게 가보라”고 권유했다.

딸(24)은 서울에 있고, 아들(22)은 군복무 중이라 대전 집에는 부부뿐이었지만 남편은 아내가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도록 배려해줬다.

윤 교사는 최근 찾아간 기자에게 “안개가 많이 끼거나 날씨가 나쁘면 배가 뜨지 않아 2, 3주일씩 섬에 묶여 있을 때도 있어 주말부부하기도 어렵다”며 “외로울 때도 있지만 아이들이 가족이나 다름없다”고 웃었다.

윤 교사가 만난 장고도 아이들은 맑았다. 그러나 학부모 대부분이 어업에 종사해 물때에 맞춰 일을 나가는 까닭에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놀거나 스스로 끼니를 챙겨야 할 때가 많다. 그는 실내화를 사서 아이들의 때 묻은 맨발에 신기는 한편 정규 수업시간 이후 방치돼 있는 아이들을 학교로 불러 모았다.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상 이곳은 사교육비 지출이 0원이에요. 그만큼 학부모들이 학교에 의존하는 정도가 높더라고요. 자연 가운데 있는 학교의 특성을 살려 아이들과 함께 ‘살아 있는 공부’를 하기 시작했지요.”

이들은 교실에서 벗어나 갯벌과 논으로 달려갔다.

톳 등 해조류가 어떻게 성장하며 논두렁에 어떤 생물들이 사는지, 윤 교사는 아이들에게 무심코 지나치고 마는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법을 가르쳤다.

그 결과 윤 교사의 학생들이 ‘충남 과학 탐구대회’에서 3년 연속 충남교육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올해 아이들은 장고도에서 서식하는 ‘매화마름’이라는 식물을 연구하고 있다.

5학년 강서희양은 “우리 선생님은 꼭 엄마같이 자상하고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윤 교사는 “아이들은 정직해서 교사가 헌신한 만큼, 또는 그 이상의 결실을 이룬다”고 했다.

“조그만 아이들이지만 교사가 마음을 열고 거짓됨 없이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 제게 가르쳐 줍니다. 분주한 육지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일이었죠. 아이들을 통해 스스로 배우고 깨달아 가는 날들입니다.”

보령=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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