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 안방까지]<7>외국계 CEO '동북아 금융허브'조언

입력 2003-11-23 17:27수정 2009-10-1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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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펀드인 론스타가 지난달 직원 5∼6명 정도가 근무하는 아시아 헤드쿼터를 서울에 두겠다고 발표하자 경제부처가 많이 몰려 있는 과천 관가(官街)는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정부가 추진 중인 서울의 동북아 금융허브와 관련해 고무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이어 외국계 은행들이 경영 효율성을 내세우며 인터넷 전산센터를 잇따라 해외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이 같은 분위기는 약간 수그러들었다.

과연 외국인들이 바라보는 서울의 동북아 금융허브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에서 활동 중인 외국계 최고경영자(CEO)와, 최근 서울에서 개최된 동북아 금융허브 관련 국제회의에 참석한 외국 저명인사들은 한결같이 ‘가능성은 있으나 과제가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오이겐 뢰플러 하나알리안츠투신운용 사장은 “한국은 국내 금융시장의 깊이와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사업환경과 경쟁을 저하시키는 규제를 없애고 국제수준의 기업 투명성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국어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을 공급할 수 있는 유연한 노동시장과 적절한 세금제도도 금융허브로서 성공하는 데 필요한 전제조건이라고 덧붙였다.

요스트 케네만스 ING생명 사장도 한국 금융시장이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과 높은 인적 자원이 있기 때문에 ‘금융 허브’로서의 가능성은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는 “국내외 투자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은 기업투명성과 시장탄력성”이라며 “기업이 본연의 자세에 충실하여 건전한 기업경영을 할 수 있는 여건과 자유로운 시장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국제금융허브로서의 비전은 빛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를 풀어 자유로운 시장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 밖에도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호리구치 유스케 국제금융연구소 수석부소장은 20일 열린 동북아 금융허브 국제회의에서 “한국정부는 경제에 강도 높게 개입한다는 이미지를 바꿔 자유롭고 개방된 시스템을 지킨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싱가포르나 홍콩처럼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시바다 다쿠미 노무라증권 수석 부사장은 지난달 말 열린 서울국제경제자문단 회의에서 “서울이 홍콩, 싱가포르, 시드니, 도쿄 등과 경쟁하려면 세계적인 금융, 법류, 회계전문가들이 취업비자를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서울이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쉽게 ‘국제 금융도시’로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도록 도시브랜드 개발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한국이 동북아시장에서 가장 강점을 갖고 있는 부문이 ‘부실채권 정리기법’과 ‘구조조정 분야’라고 보고 이를 아시아시장에 수출하는 전략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 연원영 한국자산관리공사사장은 “아시아 각국이 한국의 구조조정 전략과 부실채권 정리기법을 배우려고 하기 때문에 이를 정부 차원에서 프로젝트화해서 동북아 금융허브의 중요 축으로 활용하는 것도 생각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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