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탈북자 대책, 발상의 전환 시급하다

  • 입력 2003년 10월 7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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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駐中) 대사관 베이징 영사부가 탈북자 때문에 업무를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영사부는 최근 진입하는 탈북자가 급증하면서 수용인원이 120여명으로 늘어나 본연의 임무 수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재외공관 건물이 사실상 ‘탈북자 수용소’로 변할 정도로 탈북자 문제가 심각해진 것이다.

영사업무 중단은 더 이상 기존방식으로는 탈북자 처리가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탈북자를 임시 수용했다가 중국의 ‘허가’가 떨어지기를 기다려 한국으로 보내는 처리방식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얘기다.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이번에는 영사업무를 중단했지만 탈북자가 더 몰리면 공관업무 전체가 마비될지도 모른다. 동독인들이 이웃나라로 몰려가 외국공관을 ‘점령’했던 과거가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

정부는 이제 ‘조용한 외교’를 버리고 중국과 본격적으로 탈북자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중국 정부에 신속한 조사를 요구하는 것이 발등의 불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근본적인 탈북자 대책 마련의 계기로 삼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미국의 탈북자 대책을 보라. 미국은 곧 ‘한반도 안보와 자유법안’을 채택해 탈북자 수용 및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아서 듀이 미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주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중국과의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면서 올해 10월부터 1년 동안 2만명 이내에서 탈북자와 부탄 난민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중국 각지에서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는 수만명의 탈북자 가운데 일부를 받아들이면서도 허둥대는 우리의 모습이 부끄럽지 않은가.

최근 입국하는 탈북자가 연 1000명대로 늘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 3800여명은 미국의 수용계획에 비교하면 결코 많은 숫자가 아니다. 탈북자를 무한정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정부는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 북한에 탈북자 대책 협의를 제안하는 방안도 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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