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50代부부, 입양아들 生母 애타게 찾아

입력 1999-12-10 19:52수정 2009-09-2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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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때 가출했고 지금 나이는 19세 가량, 몹시 말랐고 아이를 낳은 대구에 있을 가능성이 커요.”

50대의 한 부부가 입양한 아들의 22일 돌잔치를 앞두고 생모(生母)를 애타게 찾고 있다.

▼돌잔치 앞두고 애타게 수소문▼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자기 아이의 생일을 기억하는 법.’ 생후 25일만에 아이를 떠나보낸 어린 미혼모가 어디에선가 자랄 아들에 대한 죄책감에 가슴이 미어질 거라는 생각에 이들 부부는 최근 어려운 결심을 했다.

“아들의 생모를 찾아 힘 닿는대로 도울 거예요. 막내 딸과 나이도 비슷하니 ‘양녀’삼아 공부도 가르치고 시집도 보내고….”

주인공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류명균(柳明均·50·건축업)씨와 부인 김홍순(金洪順·50)씨. 류씨 부부의 큰 딸(22·대학3년)과 맏아들(21·군복무중), 막내 딸(18·고2년)도 막내 동생 석규(1)의 친어머니를 기다리고 있다.

1월초 입양기관인 대한사회복지회에서 월 35만원씩 양육비를 받기로 하고 석규를 데려올 때만 해도 해외에 입양되기 전 잠시 맡아 기를 뿐 가족이 되리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올초부터 입양아위탁모 부업▼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기른 정’은 깊어만 갔다. 체중 2.8㎏로 온 몸에 ‘태열’이 덕지덕지 붙은 채 온 석규는 이들 가족의 사랑 속에 맑고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랐다.

“잠시후면 해외로 보낸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났어요. 애를 그렇게 떠나보낼 수는 없었죠.”

5월달 내내 류씨 부부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들로 입양할 의사를 복지회 관계자에게 넌지시 전달했으나 이미 서류가 미국 입양단체로 넘어가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들었다. 그러던 중 부부가 6월중순 석규를 데리고 예방접종하러 복지회에 들렀을 때 “석규의 서류가 잘못 반송돼 오늘 다시 보낼 계획”이라는 담당자의 말을 들은 것.

부인 김씨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며 “바로 입양을 신청해 아들로 삼았다”고 말했다. 류씨 역시 “이런 게 인연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반년키우다 정들어 아예 입적▼

7대 종손인 류씨였지만 워낙 시간이 촉박해 석규의 입적을 시골의 70대 부모에게도 알리지 못했다. “부모님께 미리 상의를 못드려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더니 ‘잘 키워보라’며 우유값 10만원을 주시대요. 농사짓는 분들에게 10만원이면 큰 돈이에요.”

12월초 석규의 돌잔치가 가까워오면서 이들 가족은 생모를 찾기로 결심하고 복지회측에 수소문을 부탁했다. 감춰도 아이가 자라면 언젠가 알게 될 거고 입양할 때 관계자로부터 들었던 생모의 딱한 처지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새어머니의 구박에 가출해 낮에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밤에는 중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했던 사람이래요. 행여 아이를 버린 죄책감에 더욱 나쁜 길에 빠진 것은 아닌지….”

이들 부부의 ‘아이 사랑’에 감동한 류씨의 막내동생 부부도 곧 아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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