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공간]한방차 전문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

  • 입력 1998년 1월 18일 20시 26분


서울 삼청공원을 나왔다. 수목을 보고 흙을 봤다. 그래도 분이 안풀린다. 주부 김경애씨(33·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아침 상머리 남편과의 대화가 좀체 잊혀지지 않는다. “여보 일하느라 힘들지? 여기 멸치조림도 먹고 저기 콩자반도 먹고….”(김씨) “…”(남편) “왜 말이 없어? 뭐 기분 나빠?”(김씨) “넌 아침부터 뭐 그렇게 많이 먹냐. 살만 찌잖아!”(남편) 연애할 때는 “뭐든지 잘먹는 여자가 최고”라며 침이 마르던 그이. 진짜 ‘남자’라는 족속들이란. ‘으이’ 터지는 분통을 참으며 차나 한잔 하려고 주위를 둘러보는 김씨. ‘서울에서 둘째로 잘하는 집(02―734―5302).’ 첫째는 누굴까? “첫째라며 과장하고 싶진 않아요. 두번째는 자신합니다.” 주인 아주머니(60) 설명과는 달리 단팥죽(3천원)을 나눠먹고 있는 한 커플의 표정은 분명 ‘첫째’다. ‘그래, 먹고 죽자. 먹고 죽어.’ 일그러진 김씨가 마음속으로 소리친다. “아줌마, 여기 단팥죽 하나요.” 밤 은행 콩 깨 잣 그리고 계핏가루가 포근히 뭍힌 단팥죽을 서로 한입 한입 떠넣어 주고 있는 커플. ‘흥, 그래도 하나도 안부럽네.’ 녹각대보탕(5천원)? 숙지황 황기 백작약 등 7가지 약재에 이틀 동안 달인 녹각 진액을 섞은 이 집의 별미란다. 혈액순환과 원기회복에 좋다는데…. 요즘 퇴근하는 남편의 눈가가 움푹 들어간 게 퍽 피곤한 기색이었다. “아줌마 녹각대보탕 싸갈 수 있나요?” 오후 9시. 저녁 내내 한마디도 않던 김씨가 불쑥 남편에게 파란 플라스틱 페트병을 내민다. “이거 먹어.”(김씨) “어라 한약이네. 그래도 남편 걱정은 하나보지?” 김씨는 ‘피이’하고 돌아섰으나 남편은 대보탕을 들이키며 연신 ‘하하하하’ 웃고 있었다. △자체 주차공간 없고 인근 유료주차장 이용. 찻집내 음악 없음. “분위기보다는 맛과 건강으로 승부한다”는 주인. 그러나 단풍잎이 들어간 한지 벽지는 충분한 운치. 〈이승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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