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의 해명에… WSJ “위치정보 계속 수집하겠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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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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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우린 기지국-와이파이 위치만 모았을 뿐”… 논란 1주일 만에 해명

아이폰의 위치정보 수집 의혹에 대해 애플이 공식 해명했고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도 인터뷰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지난달 2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신제품 ‘아이패드2’를 발표하는 잡스
CEO. 샌프란시스코=로이터 연합뉴스
아이폰의 위치정보 수집 의혹에 대해 애플이 공식 해명했고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도 인터뷰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지난달 2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신제품 ‘아이패드2’를 발표하는 잡스 CEO. 샌프란시스코=로이터 연합뉴스
아이폰의 위치정보 수집 논란이 불거진 지 일주일 만에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입을 열었다.

잡스는 27일(현지 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산하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올 싱스 디지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는 휴대전화 기지국과 와이파이 접속장치(AP)의 위치를 수집했을 뿐 사용자 개개인의 위치정보를 모으려 했던 건 아니었다”며 “때로 수백 km 떨어진 기지국 위치가 당시 자기가 있었던 위치로 저장되기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동안 애플이 공식 의견을 내놓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는 “복잡한 기술적 문제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잡스는 “애플은 미국 의회가 다음 달 10일 열기로 한 청문회에 참석할 것”이라면서 “(오히려 이번 청문회를 통해) 언론이 애플이 아닌 다른 업체의 위치정보 취급 문제를 얼마나 소홀히 다뤄 왔는지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애플 측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애플은 사용자의 위치를 수집한 게 아니라 사용자 주변의 휴대전화 기지국과 와이파이 접속장치 위치를 수집했다고 했지만 실제로 ‘아이폰 트래커’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사용자의 이동경로와 이동시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는 애플의 주장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비슷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고객의 아이폰을 통해 전 세계의 기지국과 와이파이 위치정보를 수집해 왔다. 이렇게 불특정 다수에게서 익명으로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건 사용자의 개인정보로 보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애플은 이런 사업을 위해 위치정보사업자로 승인받은 바 있다.

애플은 이렇게 수집한 기지국과 와이파이의 위치정보 중 일부를 아이폰 사용자가 자신의 위치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사용자의 아이폰으로 전송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이동궤적이 담긴 ‘consolidated.db’ 파일이 이렇게 아이폰으로 전송된 ‘캐시파일’(임시저장)이었다.

따라서 기술적으로 보면 애플은 사용자의 위치를 저장한 게 아니라 이미 모아놓은 기지국과 와이파이의 일부 정보를 아이폰으로 보내줬고 이 정보가 아이폰에 저장된 것이다. 문제는 이때 애플이 보내는 기지국과 와이파이 정보도 사용자 주변 정보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사용자의 대략적인 위치가 추정된다는 점이다.

애플의 의도가 무엇이든,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사람은 이렇게 쌓인 캐시파일을 타인의 과거 이동궤적을 추적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 애플이 사용자를 추적하는 대신 사용자의 위치정보 이용을 도왔을 뿐이라고 해도 이런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애플도 이를 알고 “빠른 시일 내에 문제를 해결하고 일주일이 넘은 캐시파일은 저장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재발 방지책도 내놓았다.

한편 애플 측의 이런 해명에 대해 위치정보 수집 문제를 주도적으로 보도해 온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앞으로도 정보 수집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며 “애플의 때늦은 해명이 오히려 논란만 증폭시켰다”고 보도했다. 조 바턴 미 하원의원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잡스는 내게 ‘애플은 그 어떤 위치기반정보도 모으거나 전송하지 않는다’고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CNN도 “애플이 사용자들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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