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이어 납치극… 前축구국가대표의 몰락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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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영구제명후 사업실패 억대 은행빚 갚으려 범행
방출된 야구선수 끌어들여 외제車 타려던 40대女 납치

지난해 승부조작으로 축구계에서 영구 제명된 전 국가대표 선수가 최근 부녀자를 납치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6일 오전 2시 20분경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빌라 지하주차장에서 박모 씨(45·여)를 흉기로 위협해 차에 태워 납치한 혐의(특수강도 등)로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김동현 씨(28)와 전 프로야구 선수 윤찬수 씨(26)를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26일 벤츠 승용차를 혼자 몰고 있는 박 씨의 뒤를 쫓아 차량을 빼앗고 납치했다. 윤 씨는 박 씨를 김 씨가 운전하는 차에 태운 뒤 인근 영화관에서 훔친 승용차를 타고 뒤따랐다. 박 씨는 김 씨가 범행장소 인근 대로에서 차를 천천히 모는 틈을 타 차문을 열고 탈출했다. 박 씨는 납치범들에게 다시 붙잡히지 않기 위해 곧바로 지나가던 택시를 잡아타고 김 씨와 윤 씨를 뒤쫓았다. 이 과정에서 경찰에 신고도 했다.

윤 씨는 훔친 차를 버리고 도망쳤지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검문에 걸려 범행 20분 만에 붙잡혔다. 김 씨는 검거된 윤 씨의 동태를 살피려 오전 5시경 서울 강남구 대치동 강남경찰서 주변을 돌아다니다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에 관여해 대한축구협회에서 영구 제명된 뒤 금융권에서 1억여 원을 빌려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투자금은커녕 이자도 건지기 힘든 형편이 되자 납치를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 씨는 지난해 성적 부진으로 프로야구팀에서 방출된 뒤 생계가 어려워지자 국군체육부대 선임이었던 김 씨의 제안으로 범행에 가담했다.

경찰은 이들이 범행 전 4시간가량 주위를 돌아다니며 범행 대상을 물색한 점과 피해자를 묶어두기 위한 청테이프 등을 미리 준비한 점으로 미루어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02년 아시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던 김 씨는 2003년 8월 J리그 오이타 구단에 입단하며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2004년 국가대표로 선발된 뒤 총 6경기의 A매치에 출전했다. 2006년 10월 가나와의 평가전에서는 골도 넣었다. 이후 포르투갈과 러시아 리그에 진출했지만 현지 적응 문제를 겪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김 씨는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해 상주 상무 선수로 뛰던 2010년 당시 K리그와 컵대회 등 8경기의 승부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김 씨는 직접 복권을 구매하고 선수를 섭외하는 등 승부조작에 적극 관여해 4억여 원의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상무 구단 관계자는 “실력이 뛰어난 선수였는데 승부조작에 관여하면서부터 몰락의 길을 걸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납치극#김동현#윤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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