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승부조작 배후에 국제조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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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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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튼 FIFA 안전국장 “최근 동남아-중국 거처 남미로 이동중”

《“축구 승부조작을 위한 국제 자금이 있다.”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은 15일 국제축구연맹(FIFA)이 승부조작에 관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국제 자금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승부조작 예방 및 근절을 위한 조직인 FIFA 안전국의 크리스 이튼 국장으로부터 이 같은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이튼 국장은 유럽 및 전 세계에서 벌어진 축구 승부조작 조사를 총괄하는 인물이다. 이튼 국장은 FIFA와 한국의 승부조작 방지 공조 체제를 갖추기 위해 방한했다. 조 회장은 “이튼 국장으로부터 이 같은 자금을 운영하는 조직이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에서 최근 남아메리카로 활동 무대를 옮겨 가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러한 조직이 최근 한국에서 불거진 승부조작에 관여했는지도 중요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조직들이 활동 무대를 남미로 옮기고 있는 것은 FIFA의 칼날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FIFA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와 협력해 승부조작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FIFA는 아시아 도박 조직들이 전 세계에서 승부조작에 개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유럽 무대에까지 마수를 뻗쳤다. 영국 가디언 인터넷판은 FIFA의 주목적은 아시아 승부조작단 분쇄라고 주장했다.

FIFA는 우선 국가대표팀 간의 친선 경기만을 노리고 승부조작을 꾀한 국제조직을 추적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조직은 국가대표팀 경기와 프로리그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인 승부조작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핀란드에서 구속된 싱가포르 출신 윌슨 라지 페루말(45)은 핀란드 리그 선수 11명에게 승부조작을 제의하며 뇌물을 건넸다. 페루말은 이에 앞서 토고 짐바브웨 등의 대표팀 경기에서도 선수를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조직과 연루된 그는 지난해 7개월간 영국 런던에 머물렀다. 그는 축구 종주국인 영국의 프로축구에서도 승부조작을 시도했는지에 대해서도 집중 수사를 받고 있다.

그리스 터키 이탈리아 핀란드 등에서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는 승부조작은 FIFA로 하여금 위기의식을 느끼게 하고 있다.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은 “팬들이 축구 경기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축구는 붕괴될 수 있다”며 강력한 제재 방침을 밝혔다. FIFA는 인터폴과 공조해 앞으로 10년 동안 승부조작을 근절하기 위해 2000만 유로(약 300억 원)를 쏟아 부을 예정이다.

유럽 축구에서 드러난 승부조작은 심각한 지경이다. 독일 축구 고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20개국 300경기에서 승부조작이 일어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그리스에서는 6월 말 60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승부조작은 그동안 각국의 하부리그에서 저질러져 왔으나 최근에는 1부 리그는 물론이고 ‘꿈의 무대’로 불리는 유럽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등 최고 인기를 누리는 무대에까지 침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국가대표팀 경기들까지 승부조작 의심을 받고 있는 것. 6월 2일 치러진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의 친선경기도 의심을 받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1-4로 졌다.

승부조작 조직들은 도박뿐 아니라 폭력 및 마약 조직과도 연계돼 있다. 이들은 불법 베팅에서 돈을 잃은 사람들이 빚을 지게 되면 가족들에게 매춘을 시키기도 했다.

한편 인터폴은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기간에 말레이시아, 중국, 싱가포르, 태국 등에서 승부조작 관련 수사를 벌여 한 달간 5000명을 구속하고 275억 원의 현금을 압수했으며 800곳의 도박장을 폐쇄했다. 이들이 굴린 도박자금은 2조 원대에 이른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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