봅슬레이 기적 뒤엔 ‘팀플레이’ 정신 있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2월 26일 05시 30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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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4인승이 더 좋습니다. 한 번 지켜보십시오.”

지난달 24일 열렸던 2018평창동계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 이날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 이용(40) 총감독은 대뜸 ‘깜짝 발언’을 내뱉었다. 봅슬레이 남자 2인승이 아닌 4인승에서 더 좋은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이는 대회를 앞둔 사령탑의 호기로운 출사표 정도로 여겨졌다. 모두의 초점이 최근 성적이 좋았던 2인승으로 향해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행사에 머리카락을 ‘빡빡 깎고’ 등장한 이 총감독의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굳은 결의마저 느껴졌다.

그로부터 한 달이 흐른 지금, 그 ‘호언장담’은 결국 현실이 됐다. 한국봅슬레이는 25일 남자 4인승(원윤종-전정린-서영우-김동현 조) 은메달을 통해 동계올림픽 역사를 새로 써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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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 직후 만난 이용 총감독은 그간 밝힐 수 없었던 뒷얘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이 총감독은 “사실 원윤종-서영우 조가 2017~2018시즌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연습 과정에서 썰매가 뒤집어지는 사고를 겪었다. 원윤종의 경우 목과 어깨, 허리, 허벅지에 이르기까지 성한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메달 획득 유력후보로 꼽혔던 둘의 부상은 치명타와도 같았다. 이는 곧 전체적인 전략을 수정해야하는 크나큰 위기를 뜻했다.

이 총감독은 “우리로선 4인승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김동현-전정린 조가 양보를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고민 끝에 이야기를 했는데 둘이 흔쾌히 승낙해줬다. 결국 이러한 과정을 통해 4인승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꿈의 무대를 앞두고 어려운 결정을 내렸던 선수들은 표정이 밝았다. 팀플레이가 은메달이라는 값진 성과로 되돌아왔기 때문이다. 전정린은 “2인승을 포기해야하기 때문에 아쉬움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 모두의 목표는 같았다. 발판이 된다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준비했다”고 밝게 웃었다.

모두를 뭉클하게 했던 썰매의 기적 뒤엔 이처럼 서로를 먼저 위한 팀플레이가 숨어있었다.

평창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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