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TV를 통해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공개 강연을 봤다. 그는 다섯 가지 주제를 던진 뒤 청중과 토론을 했다.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마지막 주제인 ‘한국의 월드컵 4강 진출을 위해 거액을 들여 외국인 선수를 영입해도 되는가’였다. 샌델 교수의 강연이 늘 그렇듯 정답을 이끌어내려는 목적은 아니었다. 그는 “공적 토론을 통해 윤리적인 문제를 효과적으로 얘기했다”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하지만 현장 투표 결과는 ‘정답’이 있는 듯했다. 외국인 선수 영입 반대 의견(80.9%)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반대가 다수인 것은 당연했다. 돈으로 선수를 산다는 전제가 있어서다.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가 떠올랐다. 개최국 카타르를 비롯한 일부 중동 국가는 ‘오일달러’를 무기로 아프리카 육상선수를 대거 영입해 금메달을 휩쓸었다. “아시아경기가 아니라 아프리카경기”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귀화는 했어도 선수 대부분이 돈을 보고 국적을 변경한 용병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스포츠는 외국인 선수 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남자 농구의 문태종·태영 형제, 여자 농구의 김한별, 여자 쇼트트랙 공상정 등이 특별 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얻었다. 3월에는 캐나다 출신의 아이스하키 선수 브록 라던스키가 귀화했다.
앞선 사례처럼 한국계 혼혈이나 화교가 아닌 첫 백인 외국인이었다. 라던스키가 태극마크를 달면서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 전력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만약 샌델 교수가 돈 부분을 빼고 주제를 내놨다면 어땠을까. ‘외국인을 귀화시켜 대표팀에서 뛰게 해도 되는가’로 말이다. 그래도 투표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반대 의견을 발표한 한 청중은 “한국은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나라”라고 열변을 토했다. 많은 참석자도 고개를 끄덕였다. 의외였다. 21세기의 한국이 단일민족 국가였던가.
수많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잘나가는 부모 없이도 본인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게 스포츠다. 운동부에 들어가면 학비를 면제받는 것도 매력적인 요소다. 국내 프로 종목에서 활약하고 있는 외국인 가운데 귀화를 원하는 선수도 꽤 있다. 대부분 자국의 스포츠 환경이 열악해서다.
농구나 배구 또는 육상처럼 ‘하드웨어’(체격)가 중요한 종목에서 한국의 국제경쟁력은 취약하다. 훈련으로 넘을 수 있는 한계가 아니다. 외국인 선수 귀화는 현실적이고 유용한 해결책이다. 돈을 쏟아 부어가며 모셔온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본인이 원한다면 태극마크를 주는 데 인색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다문화가정 출신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태어난 곳이 한국이 아니라는 게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한국은 이미 다민족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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