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1년 우리는 달라졌나]방역 전문인력 확보 여전히 숙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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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국민 기대 못미친 정부 개선대책

메르스 사태 후 1년을 맞는 보건 당국을 바라보는 전문가와 일반 국민의 시선에는 온도차가 컸다. 보건 전문가 10명은 △감염병 대비 태세 △감염병 이후의 대처 △신속한 정보 공개 △방역 컨트롤타워 기능 등 4가지 영역에 대해 10점 만점에 평균 6.1점을 줬다. 메르스 당시(4.2점)보다는 개선됐다는 평가를 내린 것. 특히 감염병 환자의 발생 경유 병원을 신속하게 공개하려는 노력(7.1점)에 많은 점수를 줬다.


○ 전문가는 ‘호평’, 국민은 ‘글쎄’


하지만 국민의 시선은 아직 차갑다. 동아일보가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국민 감염병 인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 메르스 이전(3.9점)보다 소폭 상승한 평균 4.2점을 주는 데 그쳤다. 특히 국민이 아직 정부의 감염병 정보 공개(4.1점)에 부족함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온도차를 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찬석 청주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정보 공개 수준이 실질적으로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은 메르스 당시 실망의 수준이 워낙 컸기 때문”이라며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는 정부 신뢰가 중요한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 24시간 감시 시스템 정착

전문가들은 방역 컨트롤타워인 질병관리본부가 1년 동안 긍정적인 변화를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위상 강화를 위해 차관급 기관으로 격상됐다. 메르스 당시 방역 컨트롤타워가 질병관리본부, 보건복지부, 국무총리실 등으로 바뀌면서 혼란을 빚었지만 개편 이후엔 질병관리본부로 일원화됐다. ‘24시간 긴급 상황센터(EOC)’를 가동해 전 세계 감염병 정보 수집 및 분석, 국내 상황에 대한 긴급 대응 등이 강화됐다.

지방에서도 신속하게 감염병 검사가 이뤄질 수 있게 된 점도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메르스 때는 지방자치단체와 질병관리본부의 협조가 잘 안 돼 유전자 검사가 늦었고 이로 인해 국민 불안이 길어지는 등의 문제를 빚었다.

올해 질병관리본부 예산도 6924억 원이 배정돼 지난해(5664억 원)보다 22.2% 늘었다. 질병관리본부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예산권을 이양받아 실질적 예산 기획 심사를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


○ 역학조사관 등 전문성 강화는 숙제

하지만 메르스 확산의 결정적 이유로 지목됐던 ‘전문성 부족’은 개선되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난해 메르스 초기에 질병관리본부는 ‘환자와 2m 이내에 1시간 이상 접촉자에게 감염될 수 있다’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를 맹목적으로 따랐다가 대량 확산의 빌미를 제공했다. 정부가 우수한 호흡기바이러스 전문가, 정규직 역학조사관 등을 확보해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던 이유다.

정부는 역학조사관 30명을 목표로 했지만, 두 차례 미달 끝에 25명 채용(의사 출신은 6명)에 그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5년 근무 후 재계약 형태라 우수한 의사인력의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명돈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는 “의사들이 낮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공직에 들어오게 하려면 자신이 노력만 하면 보건복지부 과장, 센터장, 본부장도 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 제한된 인사 구조로는 국가 방역을 책임질 유능한 인재를 얻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유근형 noel@donga.com·조건희 기자
#메르스#방역#감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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