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첩보’ 작성자 근무 총리실 압수수색… 문건 가공과정 수사

  • 동아일보

2017년 靑근무때 보고서 제작… 檢, 업무기록-하드디스크 확보
“송병기 제보에 죄목-법정형 추가… 김기현 첩보 광범위 수집한 정황”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下命) 수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8일 국무총리비서실을 압수수색했다. 2017년 10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며 김 전 시장 비위 첩보보고서를 만든 문모 사무관(52)이 근무하는 곳이다. 검찰은 문 사무관의 첩보보고서가 김 전 시장 표적 수사를 위해 상당 부분 가공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 있는 국무총리비서실 민정실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문 사무관의 업무 관련 기록과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문 사무관이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으로부터 받은 제보를 보기 좋게 단순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별도의 ‘추가 작업’을 통해 수사기관의 첩보 수준으로 재가공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송 부시장의 최초 제보 문건과 경찰청에 하달된 문 사무관의 첩보보고서 등 하명 수사의 단초가 된 ‘처음과 끝’을 복원하고 있다. 남은 건 지난해 6·13지방선거에서 여당 후보였던 송철호 현 울산시장 측 제보가 경쟁 후보에 대한 수사 첩보로 숙성되기까지의 ‘중간 단계’다. 송 부시장은 제보 시점인 2017년 10월부터 송 시장 당선을 위한 모임인 ‘공업탑 기획위원회’를 구성해 선거 전략을 이끌었다.

검찰은 청와대 보고서와 제보 문건이 둘 다 A4용지 4쪽 분량으로 양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김 전 시장 비위 의혹을 설명하는 표현과 형식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보고 있다. 문 사무관이 일부 정보를 따로 수집하거나 검증한 정황도 나왔다. 첩보 재가공 과정에 가담한 청와대 관계자가 더 있었을 가능성도 검찰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수사첩보를 생산한 문 사무관과 실제 김 전 시장 수사를 진행했던 울산지방경찰청 경찰관들은 이미 직권남용 피의자로 전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송 부시장 문건에는 ‘울산시장 김기현 비위 의혹’이란 제목 아래 △레미콘 업체 선정 의혹 △건설업자 김모 씨가 김 전 시장 동생과 맺은 ‘아파트 시행권 확보 시 30억 원 지급’ 용역계약서 △김 전 시장 및 측근이 거론된 인사 비위 등 3가지가 관련자들의 연락처 등과 함께 정리돼 있다고 한다. “제보가 난잡해 보기 좋게 편집했다”는 청와대 해명과 달리 3급 공무원 출신인 송 부시장이 만든 최초 제보 문건도 행정문서처럼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것이다.

문 사무관은 이에 더해 제목을 ‘지방자치단체장(김기현) 비위 의혹’으로 바꾸고 원래 없던 죄목과 법정형 등을 추가했다. 검찰수사관 출신답게 군더더기를 빼고 범죄 구성요건 사실만 추렸다고 한다. 최근 검찰 조사에서 두 문건을 비교한 김 전 시장은 의혹이 범죄 혐의로 탈바꿈했다며 “꼭 공소장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송 부시장이 보낸 비위 의혹 중 조경업체 관련 내용은 삭제되고 원래 없던 별도 비리 의혹이 추가됐다”며 “민정비서관실이 김 전 시장에 대한 비리를 광범위하게 수집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신동진 shine@donga.com·김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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