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줄줄이 무죄 ‘사법남용의혹 판사’ 인사조치 고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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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된 8명 ‘사법연구’ 발령 상태… 대부분 실제 연구활동 거의 안해
이달말 보직 연장 여부 주목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등으로 기소돼 재판에서 배제된 현직 법관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이들에 대한 대법원의 추후 인사 조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6일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서울고법의 이태종 임성근 신광렬 이민걸 부장판사 등을 포함해 기소된 현직 법관 8명에 대한 사법연구 발령 기간은 이달 29일까지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의 심상철 부장판사, 서울북부지법의 조의연 부장판사, 서울동부지법의 성창호 부장판사, 대전지법의 방창현 부장판사 등도 사법연구 발령을 받았다.

사법연구 발령 법관 8명 중 임성근 신광렬 조의연 성창호 부장판사 등 4명은 1년 가까운 재판을 거쳐 최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검찰이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혀 판결이 확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이르면 이번 주 중 이들에 대한 사법연구 기간을 연장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대법원장은 지난해 3, 6월경 재판 배제 조치의 일환으로 법관 8명에 대해 사법연구를 명했다. 재판을 받는 법관들이 재판을 하는 것이 사법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법원조직법 52조에 따르면 대법원장은 법관을 사건의 심판 외의 직에 전보시킬 수 있다.

관련 법령상 기소된 법관들에 대한 인사 조치를 명시해 놓은 법원 내규나 규칙은 따로 없다. 개인 비리로 사법연구 발령을 받았던 판사는 있었지만 이 사건처럼 다수의 법관들이 특정 사건에 연루돼 무더기로 기소된 적은 없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현재 재판 업무를 맡지 않도록 하는 보직은 사법연구밖에 없다. 기소 법관들이 재판을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는 조치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법연구는 법관들이 재판 업무 대신 해외나 국내에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일반적으로 사법연구 명을 받은 판사는 스스로 사법연구 과제를 선정하거나, 대법원에서 연구 과제를 부여한다. 대법원은 지난달까지 이들 8명에게 사법연구 과제를 부여하지 않았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원하는 세미나가 있으면 참석하고 리포트를 작성하는 등 이들 법관의 자유에 맡겨둔 상태”라고 말했다. 약 11개월간 대법원의 과제 부여가 없음에도 연구를 진행한 법관은 8명 중 조 부장판사가 유일했다. 조 부장판사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마약류 남용 실태와 대책 보고서’의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김예지 기자 ye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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