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산업계 확대 요구 사실상 거부
감염병 확산-해킹사고 등 발생때 주 52시간 넘는 연장 근로 가능
공장 정비-게임 출시 등은 불허
정부가 주 52시간제 시행의 충격을 완화할 대안으로 꼽히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제도를 확대하지 않기로 했다. 산업계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현행법상 확대가 어렵다는 게 이유지만 정부가 좀더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23일 특별연장근로 인가 제도의 적용 요건을 상세히 설명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근로기준법 53조가 규정한 이 제도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주 52시간제를 넘어 일하는 것을 허용한다. 고용부 장관의 사전 승인이 있어야 하며 불가피한 경우 먼저 52시간을 넘겨 일한 뒤 사후 승인을 받을 수 있다.
고용부는 현행 시행규칙대로 △자연재해와 재난 △그에 준하는 사고 시에만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태풍, 홍수, 지진 등의 자연재해 △감염병, 전염병 확산 △화재, 폭발, 중대 산업재해, 환경오염사고 △국가 사이버위기 경보 발령 등 대형 사고가 발생할 때만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정보통신기술(ICT) 업종이 요구해온 해킹이나 서버다운, 인터넷뱅킹 장애 등도 ‘사회적 재난’으로 인정해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키로 했다.
하지만 정유화학업계가 요구한 대(大)정비 기간(일정 기간 공장 가동을 멈추고 실시하는 대대적인 정비작업)이나 방송계가 요청한 선거방송 등은 허용 기준에서 빠졌다. 이를 ‘사회적 재난’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취지로 △ICT 기업의 새 프로그램 출시에 따른 업무 폭증 △병원의 평상 시 환자 급증 등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경영계는 주 52시간제의 대안으로 특별연장근로 확대를 요구해왔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고용부가 확대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기업의 부담은 커졌다. 고용부는 “현행법상 특별연장근로 인가 기준을 더 넓힐 수 없다”고 밝혔으나 경영계에선 정부가 시행규칙만 개정하면 얼마든지 더 넓힐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고용부가 노동계의 눈치를 보느라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특별연장근로는 89건 신청이 접수돼 불과 38건만 인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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