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등록금, 이제 차분히 해법 찾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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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시간 충분히 갖고 대안 마련” 지시
여야 내부서도 “공약 경쟁이 혼란 키워” 자성론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대학생 등록금 부담 완화 논란과 관련해 “너무 조급하게 서둘러 하지 말고 차분하게 시간을 갖고 진지하게 대안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정부가 정책을 한번 잘못 세우면 국가가 흔들릴 수 있다”며 이같이 당부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는 수조 원의 세금이 들어갈 수 있는 등록금 정책을 놓고 중구난방식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경쟁을 펴고 있는 정치권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고등교육이 어떤 문제를 갖고 있고,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지 현실을 점검해야 한다”며 “국민은 (등록금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면밀히 검토해서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이 대학 등록금 정책을 주도하는 것보다는 최종 발표가 좀 늦어지더라도 당정청 3자가 책임의식을 갖고 정책을 준비하라는 지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예산을 더 써서라도 등록금 부담을 낮추려 할 것이지만 정부가 확실히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당부”라고 말했다. 여야 내부에서도 무책임한 등록금 공약(公約) 경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회의에서 “(당이) 반값 등록금이라는 화두를 던져 기대감을 키우는 바람에 (사회적 혼란이라는) 사태를 자초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황우여 원내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당정청 조율을 거치고 소속 의원들의 공감대를 이룬 뒤 정책을 발표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이번에 ‘경낙과신(輕諾寡信·가볍게 허락하면 믿음이 적다)’이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국공립대는 물론이고 사립대에도 반값 등록금을 적용하겠다는 민주당 내에서도 일부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강봉균 의원은 이날 등록금 문제를 논의한 의원총회 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립대의 구조조정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세금을 투입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김진표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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