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합니다” 한마디, 어렵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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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주제는 ‘國格’]<149>‘타인 배려’ 인색한 한국인

“두 사람의 대화에 제3자가 불쑥 끼어드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봤습니다. 아무리 급하다지만 ‘실례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양해를 구하는 것이 먼저 아닌가요.”

10여 년간 한국에 거주하며 사업가 겸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미국인 톰 코이너 씨는 “한국인들은 ‘익스큐즈 미(excuse me·실례합니다)’ 문화에 인색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실수로 발을 밟거나 부딪치는 일이 종종 있는데 한국 사람들은 유독 ‘미안합니다’라고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사업상 자주 출장을 가는 일본에서는 그런 말을 흔히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사는 많은 외국인들은 다른 사람에게 크고 작은 폐를 끼쳤을 때 즉각 양해를 구하는 ‘배려의 정서’가 한국 사람들에게는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내선 항공기를 이용해 지방 출장을 간 미국 주요 신문사의 서울 주재 특파원 B 씨는 착륙 직후 기내에서 작은 소란을 목격했다.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안전띠 착용 경고등이 꺼지지도 않았는데 중년의 한국 여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앞줄에 앉아 있던 외국인 남성을 앞질러 나가려다 그를 밀쳤다. B 씨는 “그 남성이 약간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한국 사람들은 왜 ‘미안합니다’라는 말 한마디가 어려운지 모르겠다’고 말했는데 나도 정말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약 5년간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리처드 송 씨는 최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한정식집에서 외국인 관광객들과 마주쳤다.

“한 일본인 관광객 부부가 식사 중에 어린 딸이 울음보를 터뜨리자 꼭 끌어안고 즉각 달랬습니다. 그러고 나선 주변 사람들에게 연신 고개를 숙여가며 ‘시끄럽게 해서 미안하다’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송 씨에 따르면 서양 문화권과 일본에서는 식당이나 공공장소에서 상대를 배려하는 일명 ‘퍼블릭 매너(public manner)’ 교육을 어릴 적부터 철저하게 한다. 송 씨는 “다른 사람을 의식하는 것이 퍼블릭 매너의 기본인데 한국에서는 그 반대로 행동하는 분들이 있어 씁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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