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도는 에스컬레이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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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주제는 ‘절전’]<134>사람 감지 자동형으로 교체를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38)는 얼마 전 야근한 뒤 퇴근하는 길에 집 근처 지하철역에서 이용객이 한 명도 없는데 에스컬레이터가 계속 작동하는 현장을 목격했다. 평소에는 바쁘게 오가느라 잘 몰랐지만 이 에스컬레이터는 전원을 한 번 켠 뒤 끄지 않으면 하루 종일 작동하도록 돼 있는 수동 에스컬레이터였던 것이다. 언제 누가 이용할지 몰라 계속 전원을 켜두다 보니 아까운 전기가 술술 새 나가고 있었다.

고층 건물 내에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무빙워크 등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필수 시설이지만 그만큼 전기 사용량도 많다. 조금만 신경 쓰면 운행 횟수를 줄여 에너지를 절약하면서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인체 감지 센서가 부착돼 사람이 올라탔을 때만 작동하는 자동 에스컬레이터가 많이 보급됐지만 전기를 낭비하는 구형 수동 에스컬레이터도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현재 서울지하철 역사의 에스컬레이터 1917대 가운데 수동은 208대에 이른다. 이를 자동 에스컬레이터로 바꾸면 에너지 효율이 28%가량 개선돼 대당 연간 34만 원, 총 7000만 원 이상의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다.

대형마트 등에서 볼 수 있는 무빙워크도 인체 감지 장치를 설치하거나 인버터를 장착하면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인버터는 평소 일정한 속도로 돌아가는 모터의 회전수를 조절할 수 있게 하는 장치로 사람이 없을 땐 천천히 움직이도록 조절할 수 있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2013년 무빙워크에 인버터를 설치해 전기를 절약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인버터 설치 전 분당 30m였던 무빙워크의 속도를 26.5m로 낮췄다. 고객이 체감하지 못할 정도로 약간 늦췄을 뿐이었지만 연간 전력량을 약 30%(약 1000만 kWh) 아낄 수 있었다. 이 전력량은 2777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는 닫힘 버튼을 누르는 습관을 고치는 게 좋다. 닫힘 버튼을 눌러 문을 닫는다고 전기가 더 소모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을 더 태우지 못한 채 출발한 엘리베이터는 그만큼 운행 횟수가 늘어나고 전력은 더 소모되는 것이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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