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총리 ‘사죄담화’ 역풍… 민주 권력구도 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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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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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각료 “설명 부족” 불만… 민주당 차기대표선거 변수로
친한파 오자와는 침묵-관망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10일 발표된 간 나오토(菅直人·사진) 일본 총리의 담화와 관련해 집권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향후 권력 구도에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원들의 평가가 세대별로 뚜렷이 달라 다음 달 14일 열리는 당 대표 선거에서 간 총리에 대한 찬반을 결정하는 새로운 변수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의 60대 전현직 각료들이 주도한 한국 강제병합 100년 담화 발표에 대해 40, 50대 각료들이 불만을 숨기지 않는 등 연령별 견해차가 뚜렷이 나타났다. 이번 담화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와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장관 등 60대 중견정치인 그룹이 주도했다.

하지만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46) 민주당 정조회장 겸 행정쇄신담당상이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53) 재무상, 하라구치 가즈히로(原口一博·51) 총무상 등 민주당 내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40, 50대 각료들은 총리 담화에 서명하긴 했지만 비판적인 견해를 뚜렷이 나타냈다. 특히 겐바 행정쇄신담당상은 “서둘러 결정하기보다 상세한 설명이 있어야 했다”며 담화가 나오는 과정의 절차적 문제성을 제기했다. 그는 담화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는 “담화에 적극적이었는지를 묻는다면 (나는) 적극적이지 않았다”며 공개적으로 비판적 견해를 보였다.

당내 반발도 적지 않았다. 구 사회당 그룹의 다나카 게이슈(田中慶秋) 중의원 의원은 “당과 정부는 일체라고 하지만 의원의 의견도 충분히 들어야 한다”며 “이번 담화 발표를 보면서 곤혹스러웠다”고 비판했다. 또 일각에서는 “이번 총리담화는 소비세 증세 발언 이상의 문제”라며 “지금까지 총리를 지지해온 사람들도 지지할 수 없게 되는 것 아니냐”며 간 총리에 대한 반대 의사를 명확히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 제2의 그룹계파를 이끌고 있는 하토야마 전 총리가 이번 담화 과정에서 간 총리 측과 더욱 밀착됐다는 점은 간 총리로서는 긍정적이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그동안 조건부 지지 의사를 밝혀왔고 하토야마 그룹 내에서는 간 총리에 대한 비판론도 많았다. 하지만 이번 대표선거에 8년 만에 참여하는 34만여 명의 당원들이 총리담화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평소 한국에 우호적이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이 이번 담화에 대해 입을 다물고 사태 추이를 관망하고 있는 것도 담화와 대표선거의 상관관계를 지켜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많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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