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에서 야권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야권 후보 단일화’를 놓고 날 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분열로 새누리당 후보가 앞서는 지역이 속출하면서 더민주당 내부에서는 “단일화 없이는 필패”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당은 단일화는커녕 더민주당에 대한 공세 수위만 높이고 있다. ○ 김종인, ‘경제’ 띄우지만…
더민주당은 이번 총선 프레임으로 ‘경제 선거’를 내걸고 있다. 슬로건도 ‘문제는 경제다! 정답은 투표다!’로 정했다. 최전선에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있다. 김 대표는 28일 첫 중앙선거대책위원장단 회의에서 “이번 총선은 지난 8년간 새누리당 정권의 경제 운영에 대한 심판”이라며 “최근 경제 상황은 거대 기업, 거대 금융이 전체를 독식해 10%밖에 안 되는 사람들이 90%의 기회를 박탈하는 절망적 상황”이라고 했다. 더민주당은 이날 발족한 선대위 산하에 국민경제상황실을 두고 정부의 경제 실정과 야당의 대책을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일제히 “단일화로 여당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진표 선대위 부위원장은 “야권이 분열하면 장막 뒤에서 웃을 세력이 누구겠느냐”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겨냥했다. 이날 경기 안산지역 더민주당 후보 4명이 단일화 촉구 기자회견을 여는 등 수도권 후보들도 앞다퉈 단일화를 요구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3자 구도로는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후보들이 절감하고 있다”며 “문제는 단일화로 인해 김 대표가 강조하는 ‘경제 선거’가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단일화에 부정적인 김 대표는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선거 지원을 해주시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했다.
○ 안철수, 완주 벼르지만…
국민의당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김 대표를 향해 “더 이상 우리 당 후보들을 모욕하지 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누구에게 표를 보태주기 위해, 혹은 누구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출마한 분들이 아니다”라며 “이번 총선은 연대 없이 자신 없다는 무능한 야당을 대체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후보가 끝까지 완주해야 정당 득표율이 높아지고, 이를 통해 더 많은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다만 22일 국민의당 부좌현 의원(경기 안산 단원을)이 후보 단일화를 공개적으로 제안한 데 이어 정호준 의원(서울 중-성동을)도 28일 비공식적으로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다. 이에 더민주당 이지수 후보는 “(정 후보 측에서) 공식 제안을 받은 바 없고 감동 없는 단일화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양측의 신경전이 고조되면서 표현도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전날 김 대표가 “특정인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거기에 편승해 새로운 당을 만들면서 야당 분열이 생겨났다”고 하자 국민의당 임내현 선대위 상황본부장은 이날 김 대표를 향해 “전두환의 앞잡이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출신” “늙은 하이에나”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 단일화 둘러싼 金-文-安의 다른 속내
김 대표, 안 대표와 달리 더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다. 문 전 대표는 연일 “야권 후보 단일화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총선 국면에서의 주도권과 총선 이후 펼쳐질 야권의 대선 구도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전 대표는 총선 패배 시 정계 은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 지선 스님 등 야권 원로들로 구성된 다시민주주의포럼은 이날 야권 후보 단일화를 거부하면 낙선운동에 나서겠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담쟁이포럼 대표를 지낸 대표적인 친문 인사다.
반면 ‘사퇴 파동’으로 당 장악력이 떨어진 김 대표는 국민의당과 단일화가 이뤄지면 총선 과정에서 주도권마저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 안 대표도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사실상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의 양자 구도 선거에서 자신은 물론이고 당도 존재감을 잃을 수 있다. 하지만 야권 관계자는 “야권이 참패할 경우 총선 이후 안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어 적극적으로 후보 단일화를 막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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