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7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위해 주한미군에 공여하는 성주골프장 부지 70만 m² 전체가 환경영향평가 대상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힘으로써 추가 환경평가가 불가피하게 됐다. 여기에 청와대는 ‘보고 누락’ 사건의 발단이 된 발사대 4대의 배치는 “환경평가가 끝나야 가능하다”고 밝혀 발사대 6대로 구성된 사드 1개 포대의 완전한 배치가 언제 가능할지 불투명하게 됐다. 이미 배치된 탐지 레이더와 사드 발사대 2대는 가동하더라도 당분간 ‘절름발이 사드’ 신세를 면하기 어렵게 됐다.
○ “절차적 정당성” vs “북핵·미사일 신속 대응”
환경평가는 전략, 소규모, 일반 등 3가지로 나뉜다. 군사시설의 경우 사업면적이 33만 m² 이상이면 사업 실시 전에는 전략 환경평가, 사업 실시 단계에서는 일반 환경평가를 해야 한다. 33만 m² 미만이면 전략 환경평가 없이 사업 실시 단계에서 소규모 환경평가만 하면 된다.
먼저 환경평가의 대상이 되는 사업 면적의 개념에 대해 혼선이 있다. 레이더, 발사대, 미군 숙소를 포함한 사드 장비 배치 부지는 약 8만 m²에 불과하다. 이를 근거로 일각에서는 사업 면적을 당연히 소규모 환경평가 대상이라고 주장하지만, 청와대는 “환경평가는 사업 제공 부지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 실제 사업 면적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다음으로 군 당국이 4월 주한미군에 사드 부지로 32만8779m²를 공여한 것에 대해 군과 청와대의 시각은 상이하다. 군은 북핵·미사일 위협이 급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환경평가를 최소화하고 사드를 신속하게 배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청와대는 박근혜 정부에서 사드 배치를 되돌릴 수 없는 단계까지 진척시키기 위해 북핵·미사일 위협을 과장하며 ‘절차적 정당성’까지 생략했다고 본다. “(사드 배치가) 법적 여러 과정을 생략하면서까지 정말 시급하게 설치돼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은 현 청와대의 인식을 보여준다.
이렇다 보니 청와대는 소규모 환경평가를 진행하는 군을 비판하고, 국무총리실은 국방부의 환경평가 축소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범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렸다. 다만 청와대가 ‘기존에 배치된 사드 장비는 유지’ 방침을 밝힌 것처럼 사드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시간을 벌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사드 배치의 국회 비준을 추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가 70만 m²를 사업면적으로 규정한 이상 앞으로 일반 환경평가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소규모 환경평가는 최장 6개월가량 걸리지만 일반 환경평가는 주민 의견 수렴 절차 등을 거쳐야 하므로 통상 1년가량 소요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제대로 하려면) 전략 환경평가가 우선돼야 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앞으로 전략 환경평가까지 실시할지에 대해선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전략 환경평가는 사전 평가 성격이기 때문에 사드 장비 배치가 진척된 상황에서 사후에 실시하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국방부가 아예 경북 성주 골프장 전체(148만 m²)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한다면 보호구역 지정 절차의 사전 과정으로 전략 환경평가를 거치는 것이 가능하다는 시각이 있다.
○ 늦어지는 사드 배치, 한미 동맹에 악재 될 듯
청와대 관계자는 환경평가에 걸리는 시간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하지 못하겠다”면서도 “(미군이) 괌에서 환경평가를 수행하는 데 23개월이 걸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성주 역시 환경평가에 긴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청와대의 설명대로라면 발사대 4대는 환경평가가 끝나야 추가 배치가 가능하다. 전략·일반 환경평가를 모두 실시하고 이후 장비를 배치한다면 사드 배치 완료는 최장 2년까지 늦춰질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이렇게 사드 배치가 지연될 경우 “한미는 사드의 조속한 배치와 운용에 합의했다”고 했던 한미 간의 기존 합의는 깨지는 셈이 된다. 미 정부와 한국 새 정부의 신뢰가 구축되기도 전에 악재부터 나오면서 한미동맹 관계가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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