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으로 우리나라의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경제는 중국) 원칙이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는 중국의 경제보복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사드 배치가 한중 경제관계에 미칠지도 모르는 악영향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결산회의에서 “(중국이) 정치와 경제는 분리하지 않을까 예측한다. 대규모 보복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부총리의 발언은 중국이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해 국제적 책임이 커진 데다 경제 보복을 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정치·외교적 불만을 털어놓고 있을 뿐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 지난 몇 년간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상대적으로 더 집중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해왔다. 군사적으로는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중국과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을 통해 경제교류를 늘리는 식이었다. 이런 전략은 실리차원의 접근이란 호평을 듣기도 했으나, 양국 모두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중국 일각에선 한국이 돈은 중국에서 벌면서 미국과 힘을 합쳐 중국을 위협한다고 인식한다”며 “미국 역시 (경제적 측면에서) 한국이 지나치게 중국에 쏠리는 현상을 우려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해 앞으로는 한중간의 정경분리 원칙이 완벽하게 지켜지기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직 신규공모 발표를 사드 배치 결정에 맞춰 한 것을 ‘중국이 한국에 보낸 메시지’로 해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위반하면서 경제 보복을 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카드를 쓸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비관세 장벽을 통해 한국의 수출에 제동을 걸거나, 관광업계에 영향력을 행사해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遊客·유커) 숫자를 줄여도 한국경제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이에 대해 유 부총리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고 그에 상응하는 플랜들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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