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13일 관세청 고위직 인사 청탁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기소된 옛 측근 고영태 씨(41) 재판에서 고 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냈다. 두 사람이 법정에 함께 선 것은 2월 6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날 최 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 심리로 열린 고 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고 씨는 2015년 인천본부세관 소속 이모 사무관에게서 “김모 씨를 인천본부세관장으로 승진시켜 달라”는 청탁과 함께 2200만 원을 받은 혐의다.
검은색 재킷 차림의 최 씨는 법정에 들어설 때부터 피고인석에 앉은 고 씨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짙은 남색 정장을 입은 고 씨는 최 씨의 시선을 개의치 않는다는 듯 고개를 뒤로 살짝 젖힌 채 최 씨를 바라봤다. 두 사람 모두 표정 변화는 없었다.
재판이 시작되자 최 씨는 작심한 듯 고 씨를 비난했다. 최 씨는 증언에 앞서 “원래는 불출석하려 했다. 고 씨가 마약 등 전과가 있는데 국회의원 33명이 탄원서를 냈다고 해서 충격을 받고 진실을 밝히러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고 씨가 여러 번, 제가 대통령 뒤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약점을 잡았다. 이런 문제(세관장 인사)가 터질 걸 알았으면 그냥 터뜨릴 걸 후회가 막급하다”고 언성을 높였다.
최 씨는 고 씨 부탁으로 김 씨를 청와대에 추천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고 씨 선배가 시계를 들여오다 세관에 걸려서 ‘빼줄 수 없냐’고 묻기에 없다고 했다. 그랬더니 (고 씨가) 세관장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고 씨는 검찰이 기소한 2200만 원 중 2000만 원은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상품권 200만 원은 최 씨에게 건넸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이에 “나는 200만 원 받을 군번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고 씨가 신용불량이고 아는 형한테 얹혀산다고 해서 각서를 담보로 3000만 원 빌려줬는데 아직 갚지 않았다. 그런 애한테 돈을 받는 게 말이 되냐”고 말했다.
증언을 하는 내내 최 씨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고 씨 변호인이 질문을 하려고 하면 “증언하기 싫다”, “의혹 제기하지 말라”며 각을 세웠다. 최 씨는 고 씨 변호인이 ‘국정 농단’이라는 표현을 쓰자 “국정 농단이라고 표현하지 말라”며 화를 냈다. 그는 “국정 농단 기획은 이 사람들(고 씨와 측근들)이 한 것이다. 저도 완전히 당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최 씨가 목소리를 높일 때마다 고 씨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최 씨를 흘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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