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홍욱 관세청장(57·사진)이 지난해 관세청장 임명을 앞두고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측근이었던 고영태 씨(41·구속 기소)와 비밀 면접을 본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천 청장은 관세청장에 취임한 이튿날 최 씨에게 식사 접대를 하며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 따르면 천 청장은 지난해 4월 말 서울 강남구 관세청 서울본부세관 근처 카페에서 고 씨와 만나 면접을 봤다. 행정고시(27회) 출신인 천 청장은 서울세관장, 심사정책국장을 거쳐 2015년 3월 관세청 차장을 끝으로 퇴직했다. 고 씨와 면접을 볼 당시에는 관세청 유관기관인 국가관세종합정보망운영연합회 회장이었다.
이후 천 청장은 관세청장에 내정돼 같은 해 5월 25일 취임했다. 관세청장은 대개 기획재정부 출신이 맡아 온 자리여서 관세청 출신인 천 청장 임명은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천 청장은 관세청이 청와대에 추천한 3배수 후보에도 없었다고 한다. 최 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관세청 과장으로부터 천 청장을 추천받아 고 씨에게 검증 지시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천 청장은 취임 다음 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식당에서 최 씨를 만나 식사를 함께 했다. 천 청장은 이 자리에서 최 씨를 상석에 앉히고 “실망시켜 드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천 청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모두 시인했다.
특수본은 최 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에게 천 청장 임명을 요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씨의 관세청장 인사 개입 정황은 앞서 검찰이 2월 20일 최 씨 재판에서 공개한 이른바 ‘고영태 녹음파일’에도 담겨 있다. 이 파일에 따르면 고 씨는 “중요한 것 또 하나, (최 씨의) 오더(명령)가 있는데, 세관청장, 세관장, 아니 세관장이란다, 국세청장. 국세청장을 하나 임명하라는데…”라고 말했다.
특수본은 고 씨가 인천세관장 인사에 개입하고 돈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를 조사하던 중 최 씨가 천 청장 임명에 개입한 정황을 확인했다. 청와대가 천 청장을 내정한 것은 지난해 5월 23일. 고 씨는 이날 청와대 발표에 앞서 관세청 간부에게 천 청장 내정 사실을 알렸다.이를 알게 된 관세청 이모 사무관은 고 씨를 ‘비선 실세’로 생각했다고 한다. 이 사무관은 천 청장 취임 다음 날인 5월 26일 고 씨에게 “친한 선배를 인천본부세관장으로 승진시켜 달라”고 부탁한 뒤 고 씨의 요구로 2000만 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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