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고치현 호텔, 안중근 의사 기념비 건립 6일만에 철거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6월 11일 09시 54분


철거되는 안중근 기념비. 출처 ‘X’
철거되는 안중근 기념비. 출처 ‘X’
일본의 한 호텔에 세워진 안중근 의사 기념비가 설치 6일 만에 철거되게 됐다. 호텔 측은 건립 전 기념비에 새겨진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을 철거 이유로 들었지만,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저격범이라는 일본 내 반발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이 기념비는 일본에 네 번째로 설치된 안 의사 기념비다.

일본 고치현 고난시에 있는 구로시오 호텔은 10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6일 이 호텔 부지에 세운 안 의사 기념비를 12일까지 철거한다고 밝혔다. 호텔 측은 고치현 일한친선협회 명예회장인 니시모리 시오조(西森潮三) 전 고치현의회 의장이 “일한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한 비석을 건립하려는데 호텔 부지 일부를 빌려줬으면 한다”고 요청해 부지 사용을 허락했지만 사전에 기념비에 담긴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고치현에서 6일 열린 안중근 의사 기념 석비 제막식. 석비에 ‘일한우호 동양평화(日韓友好 東洋平和)‘ 란 글씨가 보인다. 안중근의사숭모회 제공
일본 고치현에서 6일 열린 안중근 의사 기념 석비 제막식. 석비에 ‘일한우호 동양평화(日韓友好 東洋平和)‘ 란 글씨가 보인다. 안중근의사숭모회 제공
호텔은 “일한 우호를 상징하는 기념비라는 취지에 응해 부지 사용을 승낙했지만 비문 내용을 파악한 건 6일 제막식 당일이었다”며 “확인 부족과 기념비가 가지는 역사적·사회적 배경에 대한 검토가 불충분했던 것을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들께 불쾌감과 폐를 끼쳐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지역 주민분들이나 관계없는 개인·단체·저희 호텔 직원에 대한 비방 중상, 억측에 기반한 정보의 발신은 자제해 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안중근 의사 기념비  철거 사실을 알리는 일본 호텔의 공지 내용. 구로시오 호텔 홈페이지 캡처
안중근 의사 기념비 철거 사실을 알리는 일본 호텔의 공지 내용. 구로시오 호텔 홈페이지 캡처
안 의사 기념비가 설치된 뒤 일본에선 인터넷 등을 중심으로 항의 의견이 잇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익 성향인 산케이신문은 “(안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한 테러리스트라는 견해가 강해 인터넷 등에서 항의나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기념비에는 생전 안 의사가 추구한 가치인 ‘일한(한일)우호 동양평화(日韓友好 東洋平和)’라는 문구가 전면에 새겨져 있었다. 안중근의사숭모회는 이번 기념비 건립과 관련해 “안 의사의 동양평화 사상과 인류공영의 정신을 널리 알리고, 미래 세대에게 한일 간 화해와 협력의 중요성을 전하는 뜻깊은 계기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었다.

숭모회는 11일 “기념비 철거가 완료되면 일단 일본 내 임시 장소에서 보관한 뒤 새로운 설치 장소를 찾을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안중근 의사#기념비#일본#구로시오 호텔#철거 결정#일한 우호#고치현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