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종전협상 앞두고 ‘경제적 분노 작전’
고유가 불구하고 이란산 원유 제재 복원
금융거래 제3국 ‘세컨더리 보이콧’ 시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간)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 중 저격용 총을 겨누는 시늉을 하고 있다. 2026.04.07. 워싱턴=AP/뉴시스
“봉쇄를 돌파하려고 하지 말라. 이란 항구를 오가는 선박은 나포 대상이 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이 봉쇄 중인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역(逆)봉쇄 작전을 전개하면서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들에 무전으로 이렇게 경고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현지 시간) 전했다. 15척 이상의 미 군함이 오만만과 아라비아해에 촘촘하게 배치된 상태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2차 종전 협상을 앞두고 대(對)이란 해상 봉쇄를 시행 중인 미국은 이날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복원했다. 또 이란 자금을 겨냥해 중국 등 제3국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카타르 알자지라방송은 미국 주도 제재로 동결된 이란의 자금이 최대 1000억 달러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2차 제재 관련 움직임이 본격화되면 그 파장 역시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이 이란 경제의 숨통을 조이는 이른바 ‘경제적 분노 작전(Operation Economic Fury)’을 통해 임박한 이란과의 2차 종전 협상에서 더욱 유리한 위치를 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美, 中은행 등 2차 제재 위협… 이란 돈줄 막기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15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미국이 이란 및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다시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미국은 이번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이달 11일까지 한 달간 현재 각국 해상에 묶여 있는 러시아산 원유와 관련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한 바 있다. 이어 이란산 원유도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9일까지 한 달간 판매를 허용했다. 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유가에 따른 지지율 하락에 민감해진 트럼프 행정부가 다급하게 내놓은 조치였다.
하지만 이를 두고 기름값을 잡기 위해 이란이 전쟁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돈줄을 열어준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베선트 장관은 러-이란 원유에 대한 제재 유예는 더 이상 없다고 못 박으며 이란으로 향하는 돈줄을 확실히 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란산 원유의 80~90%가량을 수입해 온 중국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우리는 해협 봉쇄를 통해 중국의 (이란산 원유) 구매가 중단될 것으로 믿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가 중국 압박 용도도 있음을 시사했다. 또 은행명을 밝히진 않았지만 “중국 은행 2곳이 미 재무부로부터 서한을 받았다”며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이들에 대한 2차 제재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란과 거래하는 중국 은행이나 기업 등은 미국 달러 결제망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것. 베선트 장관은 1년 넘게 이란 정부로 가는 자금을 차단하고 이슬람 혁명수비대 계좌를 추적해 왔다며 이를 이란에 대한 ‘경제적 분노 작전’이라고 명명했다.
또 WP는 미 항공모함 조지 H W 부시함, 이를 호위하는 군함 등에 탑승한 미군 6000여 명이 미-이란이 합의한 ‘2주 휴전’이 끝나는 다음 날인 22일경 중동에 도착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대이란 군사 압박 역시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 이란, 호르무즈 해협 ‘제한적 개방’ 美에 제안
미국의 제재를 받은 이란의 초대형 유조선이 공해 상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공개적으로 이란 해역에 진입했다고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사진은 호르무즈 해협. 〈사진 출처 : 튀르키예 아나돌루 통신〉 뉴시스미국의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일부 개방 가능성을 시사하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이란이 최근 미국과의 협상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제한적 개방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향후 충돌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합의가 성사되면 호르무즈 해협 내 오만 영해를 지나는 선박은 공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다만 소식통은 로이터에 “이번 제안의 성사 여부는 미국에 달려 있다”며 “미국이 이란의 요구를 수용해야 호르무즈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는 이 제안이 이란의 핵 포기와 더불어 협상의 최대 쟁점으로 꼽혀온 호르무즈 해협 관련 이견을 좁힐 수 있는 가시적 신호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이란은 전쟁 종식을 위한 기본 합의에도 한발 다가선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J D 밴스 부통령 등 미국 협상단은 이란, 중재국 파키스탄과 14일 계속 통화하면서 제안서 초안을 주고받았다. 미국 측 관계자는 “우리는 합의를 원한다. 그들(이란) 정부 내 일부도 합의를 원한다”며 “이제 관건은 이란 정부 전체가 합의하게 만드는 것”이고 액시오스에 전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15일 브리핑에서 “합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협상 장소는 아마 지난번과 같은 장소(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휴전 기간 연장을 미국과 이란이 논의했다는 것과 관련해선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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