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Fed) 정책 입안자들이 공식적으로는 연내 추가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급격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과 관세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자, 연준 인사들 사이에서 다음 행보가 금리 인하가 아닌 인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이는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금리 인하 경로가 확실해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으로, 지난 한 주 동안 일부 연준 위원이 매파적인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연준 내 중도파로 분류되는 리사 쿡 이사는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며, “인플레이션 장기화가 다시 연준이 직면한 지배적인 위험이 됐다”고 분석했다.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 역시 CNBC와의 인터뷰에서 “물가가 잡힌다면 연내 여러 차례 금리 인하 시대로 돌아갈 수 있겠지만, 상황에 따라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은 아직 낮게 점쳐지지만, 정책 입안자들이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장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달 초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공식 언급하는 것에 반대했으나, 시장에서는 이미 2024년 9월부터 시작된 6차례의 연속 금리 인하 행진이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정책 기류 변화는 즉각적인 시장 충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장기 시장 금리가 급등했으며, 투자자들은 금리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동시에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는 채권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져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등 가계와 기업의 금융 비용 부담을 즉각적으로 높이고 있다.
특히 그동안 금리 인하를 강력히 주장해온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등 비둘기파 인사들조차 전쟁 리스크를 이유로 ‘금리 동결’ 지지로 돌아선 점이 주목된다. 이에 대해 도이치뱅크의 매슈 루제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란 전쟁으로 인플레이션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연준이 시장의 금리 상승 기대를 굳이 억제할 이유가 없다”며 “시장의 이러한 반응이 오히려 연준의 긴축 효과를 돕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 연준의 기준금리는 3.5%~3.75% 수준으로, 일부 위원들은 현재 금리가 물가를 자극하지도 억제하지도 않는 ‘중립 금리’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과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최근의 금리 인하로 기준금리가 중립 범위 상단에 위치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만약 현재 금리가 중립 수준이라면 여기서 추가로 금리를 내릴 경우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6년 연속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상회하고 있으며, 현재 3% 수준에서 정체될 위험이 크다고 우려한다. 다만 2월 고용 지표에서 9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실업률이 4.4%로 상승하는 등 고용 시장의 둔화세가 뚜렷하다는 점은 여전히 금리 인하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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