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위협 제거를 명분으로 병력을 투입해 지상전을 이어가고 있는 레바논 남부를 ‘방어적 완충지대(defensive buffer)’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점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BBC에 따르면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24일(현지 시간) 군 수뇌부 회의에서 “헤즈볼라가 테러리스트 인원·무기 수송에 활용해온 리타니강 다리 5개를 파괴했다. 보안지대를 설정해 이스라엘 북부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피란민 귀환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레바논 남부 작전 목표에 대해 “위협을 멀리 유지하고 방어공간을 만드는 것”이라며 “군은 레바논 영토로 진입해 방어선을 구축하고 헤즈볼라 조직원과 그들의 군사 인프라를 제거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전날 극우 성향 베잘렐 스모트리치 이스라엘 재무장관이 “레바논 남부 일부 지역에 대해 (이스라엘) 주권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논란이 일었는데, 카츠 장관도 완충지대화를 공언한 것이다.
완충지대란 적 공격을 조기에 탐지해 침투를 지연시키는 구역을 뜻하는 용어인데, 일반적으로는 자국의 접경 지역 안보 위협을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적국 영토를 선제 점령할 때 쓰인다.
영국 가디언은 이에 대해 “이스라엘군 주둔이 장기화될 수 있다”며 “카츠 장관과 스모트리치 장관 발언은 국내외에서 확장주의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짚었다.
BBC도 “‘방어 완충지대’ 구상은 이스라엘이 1985년 레바논 남부에 설치해 2000년까지 유지했던 완충지대를 상기시킨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위협을 이유로 1982년부터 2000년까지 약 18년간 레바논 남부 점령을 유지했는데, 같은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레바논 정부는 이란과 거리를 벌리며 이스라엘군의 철수를 촉구했다. 레바논은 모하마드 레자 쉬바니 이란대사를 외교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해 출국을 명령하는 한편 헤즈볼라에 이스라엘 공격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카츠 장관은 “레바논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병력 철수를 일축했다. 헤즈볼라 역시 정부가 친(親)이스라엘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레바논 내전 발발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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