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민단속-관세 ‘양대 정책’ 흔들… “대법관들 美 수치” 맹폭

  • 동아일보

[트럼프 관세 대혼란]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정치적 위기
“좌파 민주당원들 애완견 노릇”… 관세 위법 판결 대법관 6명 비난
보수성향 대법원장 “관세 부당”… 공화당내서도 “판결 환영” 목소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이 20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언론 질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날 연방대법원이 자신의 상호 관세가 적법하지 않다는 판결을 내린 것에 반발하며 ‘무역법 122조’에 따라 전 세계 교역국에 10%의 대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음 날 이 관세율을 법이 규정한 최대치인 15%로 올렸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이 20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언론 질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날 연방대법원이 자신의 상호 관세가 적법하지 않다는 판결을 내린 것에 반발하며 ‘무역법 122조’에 따라 전 세계 교역국에 10%의 대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음 날 이 관세율을 법이 규정한 최대치인 15%로 올렸다. 워싱턴=AP 뉴시스
“그런 대법관들은 우리나라의 수치(disgrace)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간) 미 연방대법원의 관세 판결 직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연방대법관 9명 중 자신의 상호관세 등을 위법이라고 판결한 6명을 겨냥해 “옳은 일을 하는 걸 두려워한다”고 주장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은 것이다. 그는 이날 대체 관세를 10% 부과하겠다고 선언했고, 하루 뒤인 21일엔 이를 다시 15%까지 끌어올렸다. 또 21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수개월간의 고심 끝에 내린, 터무니없고, 형편없이 작성됐으며 극도로 반미적인 관세 결정”이라면서 또다시 격분했다.

최근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 이민자에 대한 과잉 단속 논란이 불거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반(反)이민 정책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여기에 관세 정책의 기반도 이번 연방대법원 판결로 흔들리면서 트럼프 집권 2기의 ‘양대 핵심 정책’이 동시에 휘청거리게 됐다. 특히 이번 연방대법원 판단에 대해 집권 공화당에서도 환영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면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더욱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트럼프 “대법관들이 좌파 민주당원 애완견 노릇”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기자회견에서 작심한 듯 이번 판결에서 다수 의견을 낸 연방대법관들을 향해 거친 말들을 쏟아냈다. 그는 “우리나라를 위해 옳은 일을 할 용기를 갖지 못한 일부 대법관을 절대적으로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그들은 어리석게 행동한다”고 비난했다. 또 이 연방대법관들을 겨냥해 ‘라이노’(Republican in Name Only·RINO·중도성향 공화당원을 비꼬는 말)와 급진 좌파 민주당원들의 “애완견(lapdogs) 노릇을 하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번 판결 과정에선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은 물론이고 보수 성향 대법관 3명도 다수 의견을 냈다. 2005년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장에 임명한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2017년과 2020년에 각각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닐 고서치와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도 상호관세를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한 연방대법관들까지 ‘애완견’이라 부르며 강하게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그는 또 이 대법관들이 “매우 비애국적이며 헌법에 불충하다”면서 “내 의견으론 대법원이 외국의 이해관계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부과한 관세에 의해 타격을 받은 다른 국가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일부 대법관이 움직였다면서 사실상 의혹을 제기한 것. 그는 고서치와 배럿 대법관을 임명한 걸 후회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엔 “후회한다고 말하진 않겠다”면서도 “그들의 결정은 끔찍했다”고 쏘아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격분했지만, 공화당에선 이번 판결에 찬성한다는 의원들이 잇따라 나왔다. 랜드 폴 상원의원은 X에 “이번 판결은 공화국을 수호하는 결정이었다”고 밝혔고, 돈 베이컨 하원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관세 부과 결정에도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법원장 “법적 문구 몇 개만으론 관세 무게 감당 못 해”

로버츠 대법원장은 판결문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의 근거로 내세운 핵심 주장 대부분을 적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금액, 기간, 범위에 제한 없는 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할 수 있는 비상한 권한을 주장하고 있다”며 “그 권한의 범위·역사·헌법적 맥락을 고려할 때, 대통령이 이를 행사하기 위해선 의회의 명확한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명분으로 내세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엔 관세에 대한 언급이 없고, 광범위한 관세를 정당화할 만한 근거를 법에선 거의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또 “(IEEPA의) 문구 몇 개만으론 (관세란) 무게를 감당할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관세 부과의 근거를 사실상 정면으로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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